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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호 사회2부
최근 새누리당 비박계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탈당을 선언하며 신당 창당에 여념이 없다. 지역 의원들까지 셈법에 나서 탈당 또는 잔류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표면상 이유는 같은 노선을 걷는 의원들끼리 힘을 합쳐 세를 키워 나가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힘이 있어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만큼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반영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가 정말 국민들을 위한 것일까? 국회의원을 국회로 보내 준 것은 국민, 더 정확히 말하면 지역구 주민들이다. 따라서 지금 그들이 걷는 길이 진정 지역주민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처세를 위한 것인지를 잘 따져 봐야 한다.

많은 의원들이 ‘나 이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소’ 하며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의 ‘국비 확보’를 홍보하기도 한다. 티 내기에 급급하거나 국비가 나올 만한 사업에 숟가락 얻기를 해도 그리 비난할 일은 아니다. 적어도 그들이 지역구에 대한 ‘눈치’를 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 출입처의 정병국(여주·양평)국회의원을 예로 들고 싶다. 정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연일 그의 인터뷰와 발언들이 기사화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단연 ‘국민’이다. ‘국민적 열망에 의하여’, ‘국민들은 진정한 보수, 개혁적 보수를 원한다’, ‘국민과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을 만들겠다’ 등등.

중요한 것은 정 의원이 반복해 언급하는 ‘국민’, 나아가 그를 국회로 보내 준 ‘지역구’를 위해 얼마나 힘썼느냐는 점이다.

국회 홈페이지의 올해 예산편성 현황을 보면 양평군의 경우 4개 사업에 13억여 원으로 인접 지역보다 크게 뒤지는 수치다. 양평군은 현재 최대 현안인 국지도 98호선(양근대교)·88호선(강상∼강하) 확장사업 등에 있어 추가 예산이 절실한 상황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한자성어가 있지만 정 의원의 행보가 이 뜻에 부합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총선 때도 일각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텃밭에 안주하지 말고 격전지(중앙무대)로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달리 해석한다면 정 의원이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지역에 안주했던 의원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다.

정 의원의 예산 확보 현황까지 따져 보면 지역에 안주하면서도 지역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는 말로도 풀이된다. 따라서 정 의원이 적어도 지역주민들의 비판을 피하고 그들의 서운함을 달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정 의원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쯤에서 국회의원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민들을 위해’라는 말을 꺼내기 이전에 ‘국민’의 기초를 이루는 지역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돌아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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