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와 특검수사, 대통령 탄핵과 새로운 대선국면의 전개로 국민의 시선이 안으로 향해 있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국가 수출액의 1, 2위를 차지하는 미·중 환경도 그 이상으로 심각하게 격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갈등은 정치·외교·안보가 그 발단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경제영역에서 발생하는 양상이다. 야당 의원들의 방중에서 드러났듯 그간 중국에서 진행된 롯데 세무조사와 한국 기업에 대한 전기차 배터리 인증 지연, 한류문화 제한조치 등은 모두 사드와 관련된 경제보복이었다. 최근엔 자국 국민의 한국 방문 수요 자체를 조절하는 압박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당장 중국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고양, 수원, 용인 등 쇼핑·숙박·오락에 특화된 관광지역의 타격이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경제적 피해를 명분으로 국방·안보 정책을 희생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일로 우선순위가 바뀌면 결국 돌아올 건 국민에 대한 생존권 위협뿐이다.

 미국에서 심화되는 폐쇄적 보호무역주의도 먼 나라 남의 얘기가 아니다. 트럼프의 세금폭탄 협박에 포드자동차는 2조 원 규모의 멕시코공장 신규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고 한다. 경쟁사인 제너럴모터스(GM)도 멕시코에서의 자동차 증산 및 인력충원 계획을 재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이미 공언해왔듯 트럼프 행정부는 화끈한 당근책까지 준비 중이다. 규제를 풀고, 법인세는 확 낮추며, 대규모 재정지출로 사회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그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보면 인건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노동생산성은 세계 최하 수준이요, 수입자동차는 여전히 독일산이 1, 2위를 차지하는 형국이다. 설상가상 미국으로 들어가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제로인 점을 감안하면 인천에 본사를 둔 한국GM의 생산축소와 인력감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끔찍한 시나리오임에 틀림없다.

 이렇듯 두 극강대국의 변화 모두가 나라의 경제위기로 귀착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대선을 목전에 둔 현실인지라 경제자유를 규제하는 공약과 포퓰리즘 정책까지 경쟁적으로 양산될 수밖에 없는 기막힌 상황에 처해 있다. 경제를 부리는 정치가 아니라 경제를 위한 정치가 돼야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데 그런 기미가 안 보이니 정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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