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FP=연합】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속전으로 끝나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확전되면 유가가 상당기간 폭등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지는 파국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미 경제 전문가들이 지난 7일 전망했다.
 
이들은 이라크전이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최저 0.25%포인트에서 최고 1%포인트 떨어뜨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 수출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의 경우 어떤 식으로든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무디스의 존 론스키 수석연구원은 전쟁이 몇달을 넘기고 또 이라크 국경 바깥으로 확산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면서 이 경우 “어렵게 자생력을 회복한 미 경제가 더블딥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기업은 물론 소비까지 침체되는 심각한 상황이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경우를 가상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현단계에서 4% 내외로 예상되는 2003년 세계 성장률이 1%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카고 소재 뱅크 오브 몬트리올의 살 궈티어리 연구원은 “이라크전 불안이 이미 유가에 반영된 상태”라면서 따라서 “전쟁이 터져도 내년 세계 성장률에 미치는 충격이 소수점 이하의 낮은 한자릿수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궈티어리는 그러나 확전될 경우 유가가 일반의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다면서 “심지어 배럴당 60~90달러가 돼 상당기간 지속되는 상황도 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시아국들이 미 수출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유가는 지난 7일 오후(현지시간) 런던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이 배럴당 28.37달러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연구원을 지낸 후 워싱턴 소재 국제경제연구소(IIE)에서 일하고 있는 마이크 무사도 이라크전이 터지면 유가가 40달러를 돌파해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으나 이내 20달러대로 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전쟁 불안이 이미 유가에 반영된 상태”라면서 “여기에 석유 소비국들도 유가 폭등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또 “지난 90~91년 걸프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무사는 올해 세계 경제가 3.75% 가량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라크전 변수가 내년 성장률을 0.25%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에 세계 경제가 4.5%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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