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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새해 첫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소위 요즘 가장 ‘핫’하다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자 무대인 이곳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위한 별들의 도시’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은 미완성인 서로의 무대를 만들어 가게 됩니다. 그들의 사랑과 희망, 열정이 있어 볼 만한 영화였습니다. 뮤지컬 영화답게 음악도 무척 좋았고 특히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재즈 피아노의 선율 역시 감미로웠습니다. 재즈(jazz)의 탄생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지역에 두 개의 언어 집단이 공존할 경우,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두 언어 가운데 한 개의 언어를 중심으로 해서 또 다른 언어의 요소가 섞여서 새로운 언어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진 언어를 피진(pidgin)어라고 합니다. 그리고 피진어가 그 사회의 모국어가 된 경우에는 그것을 크리올(creole)어라고 부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프랑스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미국 루이지애나, 아이티 등에서 사용 중인 크리올어입니다. 이 지역에 사는 프랑스계 백인과 흑인 사이의 혼혈인 또한 크리올이라고 일컫습니다. 크리올은 유럽식 교육을 받고 유럽 음악을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흑인들에게 유럽의 음악을 전해주었습니다. 흑인들은 때마침 남북전쟁에서 패한 남부군 군악대의 악기를 헐값에 손에 넣어 그 유럽의 음악을 독자적인 리듬감으로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바로 재즈의 모체라고 생각합니다. 사전적으로 보면 재즈는 미국 흑인의 민속음악과 백인의 유럽음악의 결합으로 미국에서 생겨난 음악으로 정의됩니다. 리듬 프레이징 사운드 블루스 하모니는 아프리카음악의 감각과 미국 흑인 특유의 음악 감각에서 나오고, 사용되는 악기 멜로디 하모니는 유럽의 전통적인 방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재즈는 그래서 변주와 융합의 산물입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기존의 것과 잘 조화시키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재즈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입니다.

이렇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우리의 인생도 새로운 에너지로 가득한 삶이 될 수 있습니다. 1979년 외국의 어느 외딴 시골 마을 낡은 수도원에 70∼80대 노인 여덟 명이 모였습니다. 그들에게는 두 가지의 규칙이 주어졌습니다. 첫째는 ‘20년 전인 1959년을 사는 것처럼 이야기할 것’, 그리고 둘째는 ‘청소와 설거지 등의 집안일은 직접 할 것’이었습니다. 여덟 명의 노인들은 일주일 동안 1959년에 일어난 일들을 현재의 일처럼 말하고, 당시에 개봉한 영화와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집안일 등은 자신들이 직접 하며 보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덟 명의 노인들 모두 신체 나이가 50대 수준으로 향상됐던 것입니다. 이것은 하버드대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 연구팀이 노화로 고통 받는 노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실시한 실험(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실험, counterclockwise study)이었습니다.

‘생각’에 따라 신체 나이 또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이 실험의 큰 성과입니다. 잘 알려진 말처럼, 나이란 사회가 혹은 자기 스스로가 규정 짓는 숫자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건강하게, 젊게 살 수 있느냐 아니냐는 바로 우리의 생각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을 진행한 엘렌 랭어 교수는 저서 「마음의 시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이나 건강과 행복에 대해 우리가 설정해 둔 한계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자는 것이다."

벅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희망과 기대보다는 또다시 한 살 더 나이 먹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이 더 크게 느껴진 분들이라면 감히 ‘생각의 틀’을 바꾸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삶은 더욱 더 보석처럼 빛나게 될 것입니다. 노사연의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니까요. 새해 만사형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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