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오른 설 물가… 뭘 골라야 하나  설을 앞두고 급격하게 오른 장바구니 물가로 서민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인천 신기시장에서 시민들이 채소류를 고르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설을 앞두고 급격하게 오른 장바구니 물가로 서민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11일 인천 신기시장에서 시민들이 채소류를 고르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요사이 이 가격도 싼 거야. 우리도 마진을 최대한 줄인 거라 어쩔 수 없어…."

 11일 오후 2시께 인천시 구월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가격을 놓고 상인에게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 주부는 대파 한 묶음이 4천500원이라는 말에 "더 싸게는 안 파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상인이 "요새는 이렇게밖에 안 나온다"며 고개를 젓자 주부는 결국 오천 원을 내밀었다.

 이날 대파는 크기에 따라 비싼 곳은 가격이 5천 원까지 올랐다. 애호박도 1개에 1천500~2천 원, 오이 5개 4천 원, 시금치 1단에 1천~2천 원 등의 가격이 형성돼 있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좌판에서 상인들과 흥정을 하다 발길을 돌렸다.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너무 올라 실망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매년 설 명절 때면 필수 품목으로 지목되고 있는 과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이곳 상인들은 과일 가격이 약 2주 전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2천~3천 원가량 올랐다고 한다. 현재 귤(5㎏)은 최대 9천 원, 사과나 배는 크기에 따라 1개에 2천 원 이상 하는 곳도 있다.

 상인들은 저마다 칼로 직접 과일을 잘라 주며 "일단 맛보고 가라"고 좌판 앞을 지나는 시민들을 연신 불러 세운다. 발길을 일시 멈춘 시민들은 과일을 먹으면서도 가격표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부 임지선(46·남동구)씨는 "요즘 달걀을 비롯해 물가가 너무 올라 명절을 앞두고 그나마 저렴하다는 도매시장을 찾았는데, 이곳도 예전보다 비싸진 것 같아 아쉽다"며 "그래도 명절은 지내야 하기 때문에 최소 필요한 양만 샀다"고 말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상인들도 답답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치솟는 물가로 장사가 안 돼 하루벌이를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

 마진을 최대한 줄이고 원가와 거의 같은 가격에 과일을 팔다 보니 다 팔아도 막상 이문이 없다고 상인들은 울상이다. 지난해 명절과 비교해도 시장을 찾는 시민들은 꽤 줄었다. ‘소비절벽’을 고스란히 보여 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과일 장사를 한 지 1년여 됐다는 한 상인(49·여)은 "올해 설 특수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가격을 올리고 싶어서 올리는 게 전혀 아닌데도 도매시장이다 보니 시민들에게 일반 가게보다 비싸다는 얘기는 들을 수 없어 거의 원가에 팔고 있다"며 "인천이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싸게 팔다 보니 농원에서도 주로 서울 등으로 과일을 올려 보내고 있어 과일도 잘 안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김희연 기자 kh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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