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재용 부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적용 ‘겨냥’

최순실 게이트의 재벌 총수 연루 중 최정점에 서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9시 30분 박영수 특검팀에 등장한다.

장시호가 증거로 건넨 태블릿 PC에서 삼성 관련 증거물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특검팀은 이재용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소환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에 대한 혐의에 못질을 하는 의미가 크다.

이규철 특검보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과 함께 제3자 뇌물죄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라 밝혔다. 특히 조사과정에서 구속영장청구 카드는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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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하고 있다.

특검은 앞서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실장)과 장충기 사장(차장)을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청구에 무게를 싣고 있는 중이다. 이재용 부회장을 조사한 뒤에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한 번에 하겠단 입장이다.

정계 일각에서는 최 실장과 장 차장의 조사가 결국은 이재용 부회장을 겨냥한 성격이 짙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단지 이재용 부회장의 수발을 드는 등 업무 수행 역할에 국한됐다는 생각이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최순실 리베이트에 어느 정도 개입됐는지, 그리고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빌미로 리베이트를 해준 것인지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이미 각종 증거 자료를 수집한 상태이기에 지난 최순실 청문회 출석 때처럼 '오리발 내밀기'는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과 관련해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회에서의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특검은 이미 문형표 이사장을 통해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진정한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다. 이번 사태를 별탈없이 매듭짓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후유증을 최소화시키면 경영능력을 입증 받는 셈이다.

반면 그렇지 못할 경우 리더십에 적잖은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수면 위에 올라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만약 경영 공백이 생길 경우 그 틈을 이부진 사장이 메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다.

지난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석유화학 및 방산 부문의 빅딜이 이뤄졌을 때 재계 한쪽에서는 이부진 사장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했다. 이부진 사장은 삼성 석유화학의 최대 주주였고 만약 상장이 됐다면 시세 차익을 크게 얻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난 2007년 세간을 들끓게 했던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의 폭로자였던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 법무팀 재직 시절 두 사람을 지근거리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며 사이가 매우 안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부진 사장도 만만치 않은 야심가라 호텔신라나 삼성에버랜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내비쳐왔다고 전한다. 삼성그룹의 수뇌부였던 이학수 삼성물산 고문과 김인주 삼성카드 사장도 두 사람의 사이가 좋아져야 그룹 앞날이 밝을 것이라는 고민을 늘 해왔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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