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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라는 대사가 영화 ‘버킷리스트’에 등장한다. 연기파 배우 모건 프리만과 잭 니콜슨이 열연한 이 작품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명의 환자가 병원 밖으로 나와 하고 싶은 일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하나씩 실천해 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과정을 통해 두 노인은 그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인생의 기쁨, 삶의 의미, 행복의 조건 등을 새롭게 만끽해 간다. 이때 두 사람이 적은 소망 목록을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고 부른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 둔 목록을 일컫는 표현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에서 주인공은 생을 마감하기 전 버킷리스트 작성 대신 혹시라도 자신을 찾을 누군가를 위해 전화기를 곁에 두기로 결심한다. 과연 그를 진심으로 기억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을까?

 야간 업소에서 화장실을 청소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리치는 자기 앞의 생이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사랑하던 여인도 떠난 마당에 그는 현실 생활에 어떠한 아쉬움도 미련도 없다. 이제 그의 선택은 옛 여인에게 넋두리 같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세상을 등지는 일뿐이다. 모든 일을 계획대로 진행하던 중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린다. 리치는 어쩐지 그 전화가 받고 싶어 수화기를 집어 든다. 5년간 연락 없이 지내던 누나는 다짜고짜 초등학생인 자신의 딸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에 가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 이로써 그의 자살계획은 잠시 미뤄진다.

 마치 어린 시절의 누나를 보는 듯 조카 소피아는 당차고 똑 부러진 소녀였다. 그러나 소피아는 처음 본 삼촌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누나의 귀가가 늦어지면서 삼촌 리치와 조카 소피아는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함께 보내며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열게 된다. 나름의 사연으로 가족과 연락도 끊고 외롭게 홀로 살아가던 리치는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날, 생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다시금 되찾게 된다.

 영화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션 크리스텐센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자신의 단편영화 ‘커퓨’를 모티브로 장편화한 영화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돼 호평을 받은 바 있는 이 작품은 ‘커퓨’로 2013년 아카데미 단편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약 20분에 해당하는 단편을 100분에 가까운 장편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00분을 끌고 가기에는 영화적 구성과 서사의 힘이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떠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사랑만큼 큰 힘이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주인공 리치는 앞으로 펼쳐질 그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가기 위해 마음속에만 묻어 둔 채 차마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주변에 전하며 진심을 보여 주려 노력한다.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있다. 그때 필요한 것은 우리의 따뜻한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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