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국.jpg
▲ 정세국 미추홀푸른숲 사무국장
흔히 ‘죽을 고비를 넘겼다’라고 말한다. ‘일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가장 긴요한 기회나 막다른 때의 상황’을 고비라고 하며 고비사막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고비사막을 가운데 두고 북쪽에는 몽골, 남쪽에는 내몽고로 갈라져 있다. 우리가 몽골이라고 하는 나라는 몽골리아(Mongolia)로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남쪽 일대 약156만 ㎢로 우리나라 16배의 크기이다. 내몽고는 약 116만 ㎢이며 중국 최초의 자치주로 중국 내이멍구를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다.

 중국의 내이멍구는 대부분 몽골과 국경을 맞닿아 있으나 동쪽으로는 러시아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다. 몽골에는 인천의 인구와 같은 300만 명의 몽골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내이멍구 자치구에는 총 2천500만 명 중 한족이 80%, 몽골족은 17%인 약 400만 명이 살고 있다. 두 지역 모두 13세기에는 칭기즈칸의 지배로 유목민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던 곳이다. 유목민들이 남긴 몇 안 되는 사서(史書) 중 황금사(黃金史)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하루는 몽골의 왕자들이 둘러 앉아서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순간 혹은 행복한 생활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치(칭기즈칸의 큰 아들)는 "내게 가장 큰 기쁨은 최상의 목지를 찾아내 가축을 치는 것, 머물기에 가장 좋은 장소를 찾아 황장(皇帳)을 치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커다란 잔치를 벌이는 것, 이것이 최상이다"라고 했다. 톨로이(징기스칸의 막내아들)는 "잘 조련된 준마를 타는 것, 뛰어난 매를 데리고 들판의 연못에서 구구거리는 새들을 사냥하는 것, 산과 계곡으로 가서 점이 박힌 새를 사냥하는 것, 이것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라고 말했다.

 행복을 갈망했던 칭기즈칸의 가족은 그 후 원나라를 세우고 3대가 지나면서 갈갈이 찢어진다. 몽골과 내이멍구는 1644년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로부터 시작됐다. 청은 고비사막을 가운데 두고 두 지역으로 나눠 별도로 관리했다. 청나라 초기에는 몽골족과 한족은 엄격하게 구별했을 뿐만 아니라 내이멍구와 몽골 간의 교류도 금지해 독립의 기운을 싹부터 잘라버렸다. 그 후 북쪽 몽골인들에게는 자신들의 거주지 이외의 지역 이동을 금지했고 남쪽 내이멍구에서는 한족의 이주 권장 정책으로 한족이 지배하는 사회가 됐다. 1924년 몽골은 독립국가를 선언했으나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불교국가를 지향하던 종교지도자들이 소련의 종교 압박을 피해 베이징으로 피신하면서 지도자를 잃게 됐고 소련의 영향 아래 아시아 최초의 공산국가로 탄생하게 된다.

 몽골은 1991년 냉전종식으로 민주공화국으로 거듭나게 됐다. 여러 가지 이유로 고비사막을 중심으로 한 이 두 지역은 사막화 확산의 근거지가 됐다. 넓혀지는 사막은 몽골의 80% 이상을 사막화 지역으로 만들었고 내이멍구의 사막화 현상은 베이징의 기후를 미세먼지와 황사로 숨 쉴 틈조차 없게 됐다. 심각한 황사로 인해 베이징을 탈출하는 황사 대피 여행객이 비행기를 타고 청정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1991년부터 사막화 방지를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기구를 설치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통한 자금을 활용한다거나 국내외의 환경 관련 기업이나 단체가 조림 활동이 되도록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내이멍구 사막에서는 중국 인민영웅 인위쩐과 바이완샹 부부는 30여 년간 4천958만㎡에 8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고 있으며 이들의 지도아래 젊은 조림 지도자들이 조림활동을 통해 교육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 활동으로 보여진다.

 이에 반해 몽골정부는 영세한 국가 경제로 인해 국가 차원에서의 적극적 모색이 궁핍하다. 중앙정부에서 식목 주간을 제정해 각급 학교에서 식목을 권장한다고 하나 견인 동기가 계속 부여되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 교수를 중심으로 대학생들의 자발적인 조림 자원봉사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에게 인천시민들이 지난 10년간 해 왔던 몽골 ‘인천희망의 숲’ 조성 활동은 사업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국제시민으로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길임이 분명하다. 이를 지속하는 일은 거버넌스로 해야 하는 게 옳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