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2030’을 발표했다. 인천시도 같은 달 14일 해수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인천항만공사(IPA) 등과 ‘인천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기본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나 별로 새로울 것도 없다.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2030’은 종전 계획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인천시의 기본협약 체결도 민간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무위로 끝난 해수부의 내항 1·8부두 재개발 공모사업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2007년 4월 25일 인천해양수산청 앞에서 ‘을(乙)들의 집회’가 열렸다. 신포상가연합회와 차이나타운 상인연합회 등 인천 중구 지역 상인단체와 주민 200여 명이 참여했다. 인천내항 8부두 친수공간 조성을 촉구하면서 거리로 뛰쳐나온 것이었다.

인천내항 8부두는 20년간 민원의 진원지였다. 1985년 건설돼 연간 364만7천여t의 고철과 벌크화물을 처리하던 고철부두인 탓이다. 인천내항 주변 지역 주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오는 시뻘건 날림먼지로 한 여름 찜통더위에도 창문을 열지 못했다. 하루 350여 대가 들락거리면서 발생한 소음은 도심의 쇠락(衰落)을 더욱 부채질했다. 돈이 장만되면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임시 거처로 전락했다. 자꾸 빠져나가는 사람들로 상권은 풀이 죽어가고 있었다.

▲ 내항부두 전경
인천내항과 그 주변 지역 주민 및 상인 간의 갈등은 집회를 열기 훨씬 전부터 잠복하고 있었다. 중구는 2005년 1월 인천발전연구원에 용역을 줬다. 인천내항 주변 지역의 환경피해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2010년까지 3천105억 원의 환경 개선 비용을 들여야 인천내항의 소음과 진동, 매연으로부터 그나마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을 들었다. 중구는 ‘먼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2005년 9월 전용 보관창고 신축을 요구하며 외부에 노출된 사료 부원료 야적장에 대해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선광 등 하역사들은 돈 드는 전용 보관창고 신축에 난색을 보이며 아예 하역 작업을 중단했다. 구의 과잉 단속을 주장하며 집단 반발했다. 중구는 2005년부터 2006년 상반기까지 날림먼지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778차례나 단속을 벌였다. 이 결과 66건의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하지만 인천항의 날림먼지는 줄지 않았다. 8부두 코앞인 파라다이스 인천호텔의 날림먼지 농도는 ㎥당 139㎍이었다. 만석동(57㎍)과 숭의동(54㎍), 검단(52㎍), 신흥동(51㎍) 등 다른 자동 측정 지역보다 높았다. 오염물질 배출사업장 182군데와 화물업체 340여 개에 포위된 항운과 연안아파트 1천247가구는 실내 허용치(35~39㏈)보다 2배가 높은 77.7∼80.3㏈(밤 72.3∼75.1㏈)의 소음에 시달려야 했다. 하역업체들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인천내항 날림먼지 저감시설 설치비로 모두 238억2천500만 원을 투입했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던 셈이었다. 하역업체들은 날림먼지 방지설비 설치 대가로 항만이용료 등의 일부 감면 혜택을 봤다.

 인천내항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에 기름을 부은 것은 내항 8부두의 임대기간 연장이었다. 게다가 내항 8부두에 쌓아 놓은 고철과 폐기물 1만5천여t의 처리비(10억여 원)를 놓고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화주와 영진공사·CJ대한통운(옛 대한통운) 등 하역업체가 줄다리기를 하면서 처리를 미루고 있었다.

 영진공사와 대한통운이 임대료 10억5천여만 원을 내고 2005년 7월 11일부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의 고철 수입부두로 사용하고 있는 8부두는 2007년 4월 30일 임대기간이 끝날 예정이었다. IPA는 인천시의 제안과 달리 임대기간 만료 뒤에도 8부두를 영진공사와 CJ대한통운에 잡화부두로 재임대할 예정이었다. IPA는 8부두를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안해 북항과 인천신항이 조성되는 2015년까지 잡화·가공목재·철재 등의 부두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인천시는 2006년 9월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수립 용역 4차 자문회의에서 8부두의 친수공원화와 크루즈 유치를 제안했었다.

 인천항운노동조합 등은 내항 8부두 친수공간 확보 요구에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인천항은 지역경제의 33%를 차지하고, 20~25%에 달하는 고용 창출 효과를 내고 있어 내항 8부두의 물류 기능을 폐쇄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8부두를 친수공간으로 조성할 경우 대중국 화물선이 입항하는 1부두를 비롯해 7부두, 6부두까지 악영향을 받는다는 우려였다.

 IPA의 친수공원화 연기를 전제한 8부두 재임대에는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의 개발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었다. 해수부는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310만5천㎡)을 항만재개발법으로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당초 이곳은 해양연구단지와 해양생태공원으로 예정됐던 곳이다. 하지만 항만재개발법을 동원해 민자사업으로 골프장과 상업·숙박시설 중심의 개발을 강구하고 있었다.

▲ 내항 8부두 전경.
인천내항살리기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천내항을 뺀 채 개발 과정 특혜와 난개발을 불러올 수 있는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을 개발하려는 발상은 항만재개발법의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만재개발법은 오래된 항만시설로 낙후한 그 주변 지역을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자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은 항만시설은 물론 지번조차 없는 맨땅이었다. 시민모임은 10만 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국회에 ‘인천내항 항만재개발과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항만재개발 기본계획 철회에 관한 청원서’를 냈다.

 당시 강무현 해수부 장관은 인천내항 재개발 관련 청원 의결로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이 재개발 대상지에서 제외될 것이 우려되자 새로운 제안을 했다. 내항을 재개발 대상지로 추가할 테니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도 계속 재개발 대상지로 유지하자는 방안이었다. 강 장관의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인천시는 이 과정에서 인천역 주변 도시재생사업을 인천내항 재개발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금의 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이다. 인천역세권(44만750㎡)과 동인천역세권(20만2천㎡)을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내항 재개발이나 주변 지역 개발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해관계에 얽히고설켜 반목하고 갈등만 키워 왔다. 그동안 쳇바퀴만 돌고 있었던 것이다.

# 김상은 내항살리기시민모임 대표 인터뷰

3-김상은300.jpg
"외항에 북항과 남항, 인천신항을 만들고 내항을 재개발해 인천항만의 경쟁력을 갖추자고 논의한 때가 16년 전입니다. 그때 이미 다 나온 얘기들입니다."

 김상은(63)내항살리기시민모임 대표는 혀를 찼다. 인천항만정책의 안타까움에서다. 2001년 인천시 시민대토론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인천항 비전 2030’으로 또다시 꺼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회한이다. 그의 입맛에는 인천시의 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 공공개발 추진 협약도 달갑지 않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씁쓸함이다.

 부산은 2조388억 원이 투입되는 부산 북항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하차도와 보행데크 등 국비 지원액을 5천200억 원 정도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인천은 그동안 내항 재개발을 입 밖으로 꺼내면 무슨 몹쓸 짓이라도 하는 사람들로 치부해 버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 배를 타고 안산시 풍도 해역으로 나가 보세요. 인천항과 평택항으로 들어가는 화물선의 수가 얼마나 차이 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이 상태로 가다가는 인천내항의 몰락이 예견된다"고 덧붙였다. 내항의 가동률이 40%대로 떨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인천항만업·단체와 기관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내항에서의 사업을 계속 고집했다가는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프랑스의 마르세유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마르세유의 마스터플랜을 짜느라 3년 동안 치열한 논의를 했다. 이후 4년 동안 개발에 들어가 오늘의 마르세유항을 만들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인천내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1·8부두의 로드맵을 그릴 때라고 강조했다. 쳇바퀴 돌던 식의 논의를 끝내고 개발 방향과 도입시설을 정할 때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이해당사자들이 부단히 만나 소통하는 길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섣불리 마스터플랜을 정했다가는 주민들의 국제여객터미널 이전 반대 요구 등 그동안의 부질없는 갈등을 재현할 뿐이라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기득권을 버리고 진정 인천항이 가야 할 방향과 실행 방안을 정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내항 1·8부두 재개발의 적기는 2030년까지가 아니라 2024년까지라고 피력했다.

# 인천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 추진 현황
2007년 4월 : 8부두(고철 잡화) 1년 연장계약 반대 집회
            6월 : 내항살리기 가두서명운동
            7월 : 내항재개발 조기 건설 촉구 집회-해수청 500명
           10월 : 인천내항 항만재개발에 관한 국회 청원
2008년 2월 : 인천시의회 선진화 및 기능재배치 특위 구성
            9월 : 인천시 내항재개발 민관협의체 구성
            10월  : 인천시 중구 내항재개발 TF 구성
2009년 8월 : 국토부 인천내항 항만재개발 용역 최종 발표
           -1·8부두를 1단계로 항만재개발을 2015년부터 시행하기로 확정
2012년 4월 : 국토부 전국 무역항 기본계획 수정계획 고시
2013년 4월 : 해양수산부 방문, 8부두 우선 개방안 협의 추진
            5월 : 해수부 장관 인천항만청에서 로드맵 발표 기자회견
2015년 4월 : 1·8부두 사업시행자 공모 해수부 발표
2016년 12월 : 인천시 등 인천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 시행을 위한 기본업무협약 체결
2016년 12월 : 해수부 인천항 비전 2030년 발표

글=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