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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용 변호사
벌써 12차 촛불집회가 지나갔다. 지난주 토요일, 영하 10도에 이르는 강추위에도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몇십 만의 시민들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쳤다. 작년 10월 말 몇 만 명으로 시작된 광화문 촛불집회는 헌법을 농단한 최순실의 행위를 방조하고 나아가 적극 비호, 동조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음에도 이를 거부하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국회에서 재적 ⅔ 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를 결의했다.

 2016년 촛불집회는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누적 1천만 명을 넘어섰고, 정유년 2017년에 와서도 박근혜 퇴진의 함성은 식을 줄 모른다.

 대통령은 선거에서 선출되면 취임식 때 이렇게 선서를 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대통령은 위와 같은 선서와 관계없이 "국가의 원수이며,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는 자이다. 헌법 제66조 제1항에 명시돼 있다. 이외에도 대통령은 국군통수권(헌법 제74조)이 있으며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이 있다.

 대통령은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과 행정 각부 장관을 임명해 정부를 구성하고 그 수반이 되며(헌법 제86조, 제87조, 제94조, 제66조 제4항), 긴급처분명령을 발할 수도 있다.(헌법 제76조)

 그런데, 위와 같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면 그때는 더 이상 대통령이라 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신속히 대처해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때 무려 7시간 동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조치를 하기는 커녕 청와대 안방에서 개인사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것도 집무 시간에. 따라서 다른 이유는 제쳐 두더라도 위 세월호 7시간만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대항해 구차한 변명과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한마디로 창피하다. 지난 4년 전 2012년 12월, 이같이 창피한 대통령을 뽑기 위해 우리가 그 애를 썼던가, 여성 대통령, 경제민주화, 선거의 여왕, 참 생각하면 우습다.

 대통령을 제대로 뽑아야 한다. 말만 번지르한 사람이 아니라 진정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비전과 식견이 있는 사람, 자식도 기르면서 부모의 아픔을 느끼는 사람, 한 달 힘들게 일하고 월급을 받아본 사람, 일 년 중 몇 번은 노동현장에서 땀을 흘리거나 논밭에서 땅을 일구거나 아니면 무료급식소에서 밥퍼를 해본 사람, 요즘 같으면 광화문 광장에 나가서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얘기도 하는 사람, 찬바람 맞으면서 길거리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국정화 반대, 위안부 합의 무효 등을 외치고 서명을 받아 본 사람, 앞으로 대통령은 이런 기준을 세워 뽑아야 한다.

 그동안 광화문 광장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한 가지 느낀 점은, 이제 국민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 뽑아놔도 4년간 국회에서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우성도 들리고, 앞으로는 청와대 밀실정치를 폐지하고 대통령 집무실도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통하는 정치, 참여하는 정치, 책임지는 정치, 물러날 줄 아는 정치, 한마디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만간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결정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헌법을 무시하고 유린한 대통령은 더 이상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알고 보니 수첩공주가 받아 적기 공주였네, 하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앞으로 새로 선출될 대통령은 자기의 생각을 적고 자기의 주장을 펼치고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대통령이어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 그는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갈 대통령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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