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의 유물과 체험공간을 갖추고 아시안게임의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인천아시아드기념관이 대회를 유치한 인천시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3층에 위치한 인천아시아드기념관.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의 유물과 체험공간을 갖추고 아시안게임의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인천아시아드기념관이 대회를 유치한 인천시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은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3층에 위치한 인천아시아드기념관.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이하 인천아시안게임)의 기억을 지우고 싶다.’ 지금 인천의 현실이다. 인천시 입장에선 더욱 그럴 것이다. 이 대회가 재정난의 ‘주범’으로 기억되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 자체가 싫을 것이다. 단지 아픈 역사로만 인식될 뿐이다. 이 대회가 개최된 지 2년이 지났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 있는 기념관을 보면 씁쓸함만 더한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9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3층에 2015년 말께 ‘인천아시아드기념관(이하 기념관)’을 열었다. 기념관 관리는 인천시설관리공단에서 맡고 있다.

이곳에는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유물 1만여 점과 체험공간, 메달리스트 현황, 전시관, 아시안게임 역사관 등이 마련돼 인천아시안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기억할 만한 유일한 유산이다. 하지만 기념관은 계약직 직원 1명(2월부터 2명)이 관리하고 있다. 전문가가 없다 보니 다양하고 심층적인 설명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다. 예산 지원 역시 가물에 콩 나는 식이다. 시에서 인건비(3천700만 원), 투어 프로그램 운영 관련 물품구입비(500만 원) 등이 고작이다. 그러다 보니 기계 등 장비가 고장 날 경우 대책이 없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예산이 부족해 장비가 고장나면 직접 고치는 등 몸으로 때우고 있다"며 "예산이 필요해 시에 요청해 봤지만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만 되돌아온다"고 토로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인천시의 무관심을 그대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큰 스포츠 행사를 치른 부산·대구 등 타 지역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여 준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부산과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연 대구 등은 기념관을 별도로 건립해 운영 중이다. 여기에 공원 조성과 기념도로 개설, 정기적인 기념행사 및 대회 개최 등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로 주민들이 대회를 기억하도록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인천아시안게임의 기억을 지우는 데 급급한 형국이다.

인천체육계의 허탈감은 더하다. 시가 최근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에 꽂혀 지역 내 ‘종합촬영소’ 건립계획까지 내놓은 것을 보면 화가 치민다고 한다. 그러면서 굳이 인천아시안게임의 흔적은 지우려고 애쓰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인천 가치재창조’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인천체육계 한 인사는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린 지 2주년이 지났지만 기념행사 하나 없고 아시안게임 뒤 조성한 ‘인천아시아드공원’에는 국기가 없는 봉만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씁쓸한 마음이 든다"며 안타까워했다.

인천아시안게임 당시 조직위원회에 근무한 한 관계자도 "아픈 역사도 우리가 보듬어야 할 역사인데, 하물며 3명의 시장이 바뀌어 가며 치러낸 아시안게임을 역사 밖으로 밀어내려는 움직임은 인천이 인천의 역사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 재정이 여전히 어려운 관계로 인천아시안게임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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