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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아름 안성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순경
"제 번호는 안 알려 드릴래요. 연락이 잘 안 되면 실망하실 거잖아요. "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로캠프를 하던 중 "번호 알려 줄래?"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소원 팔찌도 열심히 만들고 꿈 보드 적기에도 구체적인 계획을 적는 아이였기에 진심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아이와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오늘의 소감 발표를 하는 도중에 눈물을 흘리고는 이유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며칠 뒤, 꿈드림센터에 찾아가 상담선생님과 얘기하는 도중에 " 경찰쌤 ! 왜 이제 오셨어요. 저 요즘 매일 나와서 열심히 검정고시 준비하고 있는데 자주오세요~"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그 아이였다. 다가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 같아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말았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리고는 환한 미소를 띠우며 덧붙였다. "제가 준 소원팔찌 차고 계시네요! 완전 감동이에요. 저번에 진로 캠프할 때 살면서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하루여서, 내가 이렇게 칭찬 받아도 될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었었어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쳐다봤던 것에 대해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학업을 중단한 것은 일탈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개인마다 사정과 이유가 있는데 나도 모르게 편견을 갖고 아이를 바라봤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나중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힘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돌아보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특별하게 도움을 준 것은 없었다. 아이가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칭찬을 건넨 것이 전부였다. 더 힘들었던 것은 어른들의 차가운 시선과 문제아라는 낙인이 아니었을까.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그들이 꿈을 포기한 것도 , 배움을 버린 것도 아니다. 자신의 선택에 있어 이루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공감하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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