能書不擇筆<능서불택필>/能 능할 능/書 글 서/不 아니 불/擇 가릴 택/筆 붓 필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서예의 달인 구양순은 엄정함으로, 우세남은 온화함으로, 저수량은 곱고 아름다움으로 이름이 났었다. 그 중에서도 구양순은 솔경체(率更體)로 유명했으며, 아들인 구양통(歐陽通)과 더불어 대소구양체(大小歐陽體)로 명망이 높았다. 그는 글씨를 쓸 때 붓이나 종이를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저수량은 붓이나 먹이 좋지 않으면 글씨를 쓰려고 하지 않았다.

 저수량이 하루는 우세남에게 "제 글씨를 지영(우세남에게 글씨를 가르친 선사(禪師))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하고 물었다. "지영의 글씨는 한 자에 5만 냥을 내도 좋다는 사람이 있지만 자네는 안 될 거야." "그러면 구양순과는 어떨까요?" "구양순은 종이나 붓을 가리지 않고 써도 자기 뜻대로 쓸 수 있다고 하던데, 자네가 어떻게 이런 경지에 이르겠는가?(吾聞詢不擇紙筆, 皆得如志. 君豈得此.)" <鹿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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