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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경 인천시의회 운영위 수석전문위원

교육부는 2015년부터 적정규모학교 육성정책을 강화해 시·도 전체 단위로 학교 신설의 필요성을 판단하고, 소규모학교 통·폐합과 이전을 조건부로 학교 신설을 승인해서 학교 설립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유는 저출산과 학생수 감소에 따른 소규모 학교의 지속적 증가, 원도심과 농산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의 교육 여건 악화, 지역별·학교급별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적정규모학교 육성 기준의 필요성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적정규모학교는 소위 ‘교육 결손을 최소화하고 교육적 효과의 극대화가 가능한 규모의 학교’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의 취지와 목적이 인천의 현실과 특성에 맞지 않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교 신설은 비용 부담주체인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사 승인을 받아야만 가능한데 학교 신설을 기존 학교의 통폐합이나 이전과 연계해 적극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1개 학교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1개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이전해야 한다. 즉 신도시 개발의 핵심요소인 학교를 신설하기 위해서는 원도심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거나 이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럴 경우 원도심 지역의 공동화와 교육 여건의 악화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원도심 재생이나 균형발전 정책과도 상충될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 신도시 역시 과밀학교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학습 능률 저하나 교실, 운동장, 급식실, 화장실 부족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인천은 활발한 신도시 개발로 특별시·광역시 중 인구 증가율이 가장 높고 신구도심 간 학생 이동이 가장 많다. 적정규모학교 육성정책은 세부적인 지역 특성을 최대한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 모든 지역을 기계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는 근본적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진단이 정확해야 효과적인 처방을 내릴 수 있다.

 지난해 인천시의회는 학교 신설과 통폐합 및 이전에 따른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합리적인 대책을 찾기 위해 5개월간 조사특위 활동을 전개했다. 현장 방문과 조사활동, 토론회, 간담회 등을 통해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교육부와 국회를 상대로 개선책을 제시하고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핵심은 "학교 신설에 대한 중앙투자심사 시 인천의 특수성을 반영해 개발지구 단위로 신설 필요성을 판단하고 소규모 학교 대책은 신설과 분리해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분산 배치가 가능한 인근 학교가 없는 영종하늘도시 같은 섬 지역은 연계정책에서 제외돼야 한다. 교육감 재량권과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 학급당 34명 24학급인 학교 신설 기준을 낮추고 병설유치원 수요도 포함해야 한다. 학생 수 과밀 학교의 증개축 시 신규 설립 기준과 동일하게 학교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연말에는 2019년도 인천시립학교 설립 계획 2차 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핵심은 봉화초등학교와 용정초등학교를 신설이 요구되는 청라와 서창지구로 이전 재배치하는 계획인데 원도심 공동화에 대한 정책적 고민과 이전 반대 여론을 수렴해 두 학교를 제외하고 의결했다. 즉 학교 신설과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이전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적정규모학교 육성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문화·교육·생활의 지역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인구 증가율과 학생 이동이 가장 활발한 인천에서 소위 학교총량제와 같은 지금의 적정규모학교 육성정책은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오히려 당초 정책의 목표와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모든 정책은 수혜자의 입장에서 검토되고 실행돼야 한다. 적정규모학교 육성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특성과 현실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발을 깎아 신발에 맞출 수 없고, 머리를 깎아 갓에 맞출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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