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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성군 농협구례교육원 부원장

어린 시절 설날이 가까워지면, 서울로 돈 벌러 간 가족이 어떤 선물을 사올까 하는 기대감에 밤잠을 설친 기억이 있다. 당시의 선물은 종합선물 세트나 새 고무신, 의복 등이었다. 또래끼리 이 골목 저 골목 몰려다니면서 선물 자랑하느라 온 동네가 떠들썩했다.

 올 설에도 우리 전통식품으로 선물하자는 문구가 여기저기 눈에 들어온다. 전통식품 베스트에 들어간 업체들의 제품 추천도 있고. 순수 농산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선물하자는 캠페인도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설 연휴는 그나마 농산품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확실한 기회다. 이런 때 민족명절과 전통농산품을 잘 연결시켜야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농촌도 좀 더 넉넉해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축산품 시장에도 파레토 마케팅(80:20법칙 적용)과 날씨마케팅이 필요하다. 먼저, 파레토마케팅은 20%의 소비자가 전체 매출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비교 가능한 두 자료를 근거로 그들 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100명이 설날에 정기적으로 농축산물로 선물한다고 하자. 이 중에는 그야말로 전통식품 베스트를 모두 구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작 전통주 한두 병 정도만 사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설날에 전통 농축산품을 얼마나 선물했는지 각자 써내도록 한 다음, 가장 많이 선물한 사람부터 위에서 차례로 이름을 써내려 간다. 그 다음 위의 20명이 구입한 농축산품의 양을 더해 본다. 이런 식으로 가장 전통 농축산품을 많이 구입해 소비한 상위 20%를 찾아내는 것이다.

 특히 전통농산품 판매 시 가장 중요한 20%의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내고 이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이들을 붙들어 두기 위해서는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20%의 고객을 찾아내라. 둘째, 20%의 고객에게 지나칠 정도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라. 셋째,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기존 제품을 개선시켰을 때 목표 고객은 바로 그 20%의 고객이 돼야 한다. 넷째, 어떻게 해서라도 그 20%의 고객은 붙들어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즉 제품들이 진짜 100% 우리 농산물로 만들어진 전통식품인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믿고 구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철저한 품질검사 및 보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파악하고 분석하며 소비자의 욕구가 어떠한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날씨마케팅이다. 농산물은 날씨 변동에 민감한 상품이다. 유통 도중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날씨에 따른 최적의 유통 경로를 설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며칠 뒤 폭설이 예상되면 과일 도매업자는 상품을 일반 도로가 아닌 열차로 배송하는 방안이 경제적이다. 또한 매출 자료와 과거 기상 데이터를 이용, 제품별 기상 요소와의 상관관계를 구하면 품목별로 정확한 수요 예측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3년간 영하 1도(일평균)인 날 A판매점에서 하루에 약 100개의 군고구마가 판매됐다고 가정하자.

 A판매점은 영하 1도의 기온이 예상되는 날 하루 이틀 전에 예년의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루 평균 100개의 군고구마 주문을 미리 낼 수 있다. A판매점으로서는 불필요한 과다 주문을 방지, 재고 부담을 줄이게 된다. 농산물 판매에 있어서 자신의 상품이나, 매장만이 갖고 있는 날씨 변수를 면밀히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매장의 지리적인 위치 덕분에 눈이나 비가 오는 날에 유난히 다른 곳보다 매상이 높아지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또 기상 특징이 서로 다른 지역은 그에 따른 농산품 판매량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그 지역의 기후에 적합한 제품군을 선별해 전략 농산품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제는 농산물도 마케팅을 잘 활용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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