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반대말이 ‘어른’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른의 뜻을 ‘성인’ 정도로 알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엉뚱한 방향에서 정답을 만나게 된다. 중세까지는 어른을 ‘얼운’으로 적었으며, 이는 동사 ‘얼우다’를 기본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얼운’은 어간 ‘얼우’에 명사형 어미 ‘ㄴ’이 붙은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얼우다란 무슨 뜻일까? 상상이 잘 안 가겠지만, 성(性)과 관련이 있는 표현이다.

 신라 향가 서동요 등 사료에 따르면, 백제왕족 서동은 신라 선화공주를 차지하게 위해 있지도 않은 노랫말을 퍼뜨렸다.

 이 노랫말 내용 중에는 ‘시집도 안간 선화공주가 몰래 서동과 얼운다’는 표현이 나온데 여기서의 ‘얼운다’는 성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어른은 성인과는 다소 다른 뜻임을 알 수 있어 이 논리대로라면 성인 중에도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성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른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린이의 어원은 무엇일까? 어린이라는 말은 중세 때도 존재했다. 훈민정음에도 ‘어린 백성을 니르고져’ 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중세 때는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켜 ‘어린이’라고 불렀다. 그러다 근대에 이르러 ‘나이가 어리다’는 뜻으로 바뀌었으며, 후에 어린이날을 만든 소파 방정환 선생이 젊은 사람은 젊은이라고 하듯이 나이가 어린 사람도 어린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해 ‘어린이’란 말을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1920년) 유소년과 소년을 대접하고 남녀 유소년을 다 함께 부르기 위해 원래의 ‘어린이’에 없었던 높임의 뜻을 강조해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세살 먹은 아이 말도 귀담아 들으라’는 속담으로 어린 아이가 하는 말이라도 일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즉 남이 하는 말을 신중하게 잘 들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말이다. 또,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다’라는 말과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라는 말은 아이들이 어른의 행동을 본 받아서 따라 한다는 뜻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배운 이들에게 묻고 싶다.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그러나 지금의 사회와 정치판을 바라보면서 과연 어른다운 어른이 얼마나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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