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연 판사, 구속 미흡 사유 설명에도 비난 빗발쳐... “육두문자 쓰며 격한 반응 보이기도”

19일 새벽까지 고심을 거듭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부장판사에게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특히 한 네티즌은 조의연 판사가 삼성장학생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 말은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삼성장학생이란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삼성장학생은 지난 2005년 당시 MBC 이상호 기자가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내용을 담은 90여분짜리 테이프를 입수해 삼성그룹이 특정후보에게 자금을 지원한 사실부터 삼성그룹과 정치권·검찰 사이의 관계 등을 폭로한 '삼성 X파일 사건'에서 유래한다. 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에게서 삼성을 보호하려는 성향이 드러나자 한겨레는 이를 빗대 '삼성장학생'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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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의연 판사 구속영장 기각한 이재용 부회장

즉 삼성 X파일 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 사법계를 비꼬는 단어다. 삼성이 장래가 유망한 이들에게 장학금과 뒷돈을 대면서 나중 이들이 실권을 장악하게 되면 삼성에 우호적인 인맥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는 의도다. 전직 검사 출신과 판사 출신 등이 삼성그룹의 법조팀으로 자리를 옮긴 케이스가 적지 않아 삼성장학생이 괜한 말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전 프로야구 선수인 강병규는 조의연 판사에 대한 격한 감정을 자신의 SNS에 쏟아냈다. 그는 "XX 이재용 기각. 대한민국 XXX. 박근혜도 살려줘라. 조의연. 삼성 법무팀 사장으로 발령. 축하해"라며 육두문자를 쓰며 분한 감정을 참지 못했다.

조의연 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기각 사유를 두고 "뇌물 범죄 요건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를 봤을 때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어렵다"며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 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 등 현재까지 수사내용과 진행경과 등은 구속 사유로 미흡하다"고 기각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당위성을 설명했다.

조의연 판사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존 리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부터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를 받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받았던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비슷한 사유로 기각을 결정한 바 있다. 유독 경제인들을 상대로 관대한 판결을 내리면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더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과거 삼성 관련 여러 사건을 꺼내들며 조의연 판사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은 우리나라에서 삼성만큼은 어느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소'임을 재입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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