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경기도내 일부 마트에서 달걀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특히 닭과 달걀을 주로 사용하는 동네 빵집과 식당, 치킨집 등 상당수 요식업계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지난달 말부터 전국적으로 이뤄진 가금류 살처분에 따라 산란계가 급속히 줄어들어 달걀 공급량 부족과 가격 상승, 그리고 소비자들이 닭 섭취를 절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7일 기준 특란 한 판(30개) 평균 가격은 9천49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5천416원)과 지난달(6천648원), 이달 초(7천826원)와 비교해 가파른 증가세다.

도내 일부 대형 마트에선 ‘물량 공급 부족’을 이유로 달걀을 ‘1인 1판’으로 제한해 판매 중이거나 30구짜리 대신 10개 소량의 달걀만 판매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그나마 대형 마트에서는 기존 거래선을 가지고 있기에 공급이라도 받지만 동네 영세 마트 및 슈퍼마켓에서는 공급조차 받지 못해 판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원시 매탄동에서 10년째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정숙(45·여)사장은 "지난주부터 아예 달걀은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계속 추가 발주를 넣어도 물량이 부족해 품귀 현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달걀을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되는 동네 빵집과 식당, 치킨집 등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달걀이 많이 사용되는 카스텔라의 경우 아예 생산하지 않거나 가격을 올리는 빵집까지 등장했다.

수원시 인계동에서 카스텔라 빵집을 운영하는 박모(36)씨는 "달걀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라 도매가격으로도 9천 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라 지난 9일부터 카스텔라 가격을 1천 원 올렸다"며 "하루에 달걀을 30판 이상 쓰는 상황에서 값이 더 오르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치킨업계도 신년 모임이 많은 연초 대목을 맞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주대 앞의 한 치킨집은 매출이 지난달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고, 인근의 한 치킨가맹점도 지난달 대비 20~30%가량 하락했다.

달걀을 사용한 반찬을 내던 식당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수원시청 인근의 한 부대찌개 식당은 공깃밥 위에 하나씩 얹어내던 달걀프라이를 지난달 말부터 내지 않고 있다. 사무실이 인접해 자주 찾는 손님이 많다 보니 ‘달걀 수급이 어려워 당분간 달걀프라이가 중단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써 붙였다.

식당 업주는 "마지막으로 구입한 달걀값이 이전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훨씬 넘었다"며 "손님들에게 달걀 대신 다른 반찬이나 밥 등을 추가로 내는 등 상황에 맞게 구색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학 기자 kj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