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행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기문 전 총장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줄 것이란 소문까지 있어 이날 둘의 만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일 서울 강남구에 소재한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지난 10년 동안 세계평화와 전 세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 경험을 살려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녹색성장 정책을 통해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하셨다. 참 감사한 마음"이라고 화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96개 당사국의 합의를 이끌어 기후변화협약을 타결한 것은 반기문 전 총장의 위대한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반기문 전 총장의 예방이 끝난 뒤 취재진들에게 "정치적 이야기는 없었다. 그간 반기문 전 총장이 고생하신 것을 높이 평가하고 격려해준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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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수 나누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대권에 도전하는 반기문 전 총장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측면 지원할 것이란 정계 일각의 소문에 대해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도움을 주겠다고 언급한 적은 없다.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소신을 가지고 계신다"며 "경험을 살려달라고 한 말, 거기에 뜻이 다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기문 전 총장 캠프가 속속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친이계 인사들이 나서고 있는 점에 대해선 "반기문 전 총장이 개별적으로 접촉한 것"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들에게 참여를 권했다는 얘기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친이계의 핵심으로 활약했다가 지금은 완전히 돌아선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잔매에 골병든다고 반기문 전 총장의 장점이 유엔사무총장이라는 무게감인데 자꾸 실수하다보면 웃음거리가 되고 무게감이 떨어지면 아주 결정적인 것"이라고 혹평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지금 제대로 된 캠프로 보이지 않고 우후죽순 여기저기서 제각기 돕는다고 그러는 것 같은데 어쨌든 실수가 잦지 않느냐"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손을 잡으면 도움이 될 것 같나. 내가 반기문 전 총장이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안 만나겠다. 득보다 실이 많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그는 또 "만약 MB표가 있으면 당연히 반기문 전 총장한테 가겠지만 MB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 그 사람들을 또 실망시키는 것"이라며 "만나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MB맨들이 반기문 전 총장 캠프에 많이 가 있는 건 5년 동안 소외돼서 그런 것이다. 이제 메뚜기도 한철이니 대선 한철이 왔지 않냐"고 친이계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명망가들을 쭉 세워놓고 무슨 캠프라 그러는데 사실 다 엉터리다. 그 사람들이 선거 치르는 것이 아니라 실무역량으로 치르는 것"이라며 "반기문 전 총장이 그걸 모른다. 지금 캠프가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 이대로 가면 선거 치르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친이계 인사들은 후보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경우가 많다"며 "후보하고 내가 가깝다는 것을 과시하느라고 다들 선거판에 붙어 있으니까 저런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차기 정권을 자신의 손으로 뽑겠다며 반기문 전 총장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란 행간의 소문에 대해선 "사실이라면 착각도 유분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누가 기억이나 제대로 하고 있겠냐. 나는 그게 이해가 안 간다"며 독설을 뿜어냈다.

아울러 "반기문 전 총장의 가장 큰 패착은 돈이 없어서 정당으로 가야한다고 말한 것"이라며 "스스로를 완전히 왜소화시켰다. 갈 곳이라곤 바른정당밖에 없어졌다. 본인이 정말 돈이 없어 정당을 선택하더라도 국민의당에 들어가는 게 고위험, 고수익을 얻는 것이지 않겠냐. 일단 안철수를 꺾어서 안철수의 표까지 같이 들고 가는게 이해타산이 맞다. 그런데 그 발언으로 국민의당에는 못 가게 생겼다. 국민의당에서 누가 받아준다 그러나. 지금 벌써 문을 닫겠다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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