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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파 화가인 거장 피카소만큼 다작을 한 예술가는 없을 거예요. 많은 글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말을 믿기에 다작 작가로 손꼽힐 정도로 부지런히 작품을 발표해 오고 있죠."

 인천문인협회 카페에 일주일에 한 번꼴로 흥미로운 글을 올리는 이가 있다. 바로 수필가 정영인(73)이다.

 지난 7일 ‘닭알 찾기’란 제목으로 "갓 낳은 따끈한 닭알처럼 따스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15일에는 ‘외손녀 이야기, 100원만 주시면 돼요’란 글로 딸과 사위 이야기와 함께 국내 어문정책(語文政策)에 대한 소감을 올렸다.

 그는 어문정책에 대해서도 뚜렷한 소신이 있었다. "1966년 인천교육대학(현 경인교육대학교)을 졸업해 인천한길초등학교를 끝으로 2008년 정년퇴직했죠. 교직 경험을 살려 계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민 등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실 수업을 8년 동안 맡고 있어요."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 본 적이 없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인 그가 많은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뭘까?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에 따르면 ‘독서는 완전한 인간을 만들며, 토론은 사람을 준비하게 하고, 글쓰기는 정확한 인간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또 퇴직 전에 의사에게서 들은 ‘늙어서는 3관이 중요하다. 1관은 관절, 2관은 관계, 3관은 관심거리’라는 말을 마음에 새겨 나를 정리하는 글쓰기를 생활화하고 있는 거예요."

 그는 글, 수필을 이렇게 정의했다.

 "흔히 수필을 조선후기 학자 이덕무의 저서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빗대 표현해요. 귀와 눈으로 겪은 우리네 일들을 마음으로 나타내는 것, 또 눈과 입으로 채워진 일들을 마음의 글로 비어 보는 게 수필이라는 뜻이죠."

 많은 글에도 불구하고 2008년 정년퇴직 당시 수필집을 낸 이후로 출간 소식이 잠잠한 이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당분간은 글을 그냥 써 보고 싶어요. 좋은 글이 나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게요."

 그때 건네받는 그의 첫 수필집 「비움과 채움」의 머리글에서 이런 문장이 보였다. 그가 책 출간을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었다.

 『채워진 항아리보다 비워진 항아리가 더 존재 가치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존재 가치보다 소유 가치의 의미가 더해가는 시절이기에 채우기 급급한 우리가 마음을 비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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