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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국민적 분노가 치솟고 있다. 증거 부정, 모르쇠, 심지어는 도피와 잠적을 일삼는 그들에게 ‘아예 싹 쓸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공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 많은 공직자 가운데 내부 고발자도 한 명 없는 것은 영혼 없는 공무원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절망감까지 들게 한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그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거나 법령을 위반해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 공공기관의 예산 사용, 공공기관 재산의 취득·관리·처분 또는 공공기관을 당사자로 하는 계약의 체결 및 그 이행에 있어서 법령에 위반해 공공기관에 대해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행위를 부패행위로 규정하고 이런 부패행위를 강요·권고·제의·유인하는 행위까지 신고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공직자의 신고 의무도 명시하고 있다. 신고자에 대해 비밀보장, 신변보호, 신분보장, 책임감면, 비밀 준수 면책 등과 같은 보호와 보상도 이뤄지게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떤 시대에도 가혹한 형벌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 이를 실시하려는 권력자와 반대하는 신하, 때로는 잔학한 행위를 인정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주장자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래도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는 사람들이 있다. 그 원인이 계급투쟁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있겠으나 진보와 반동, 문명과 야만의 투쟁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전체의 문명과 그 구성원들의 문화적 소양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태장(笞杖)이라는 형벌이 있다. 역사적으로 가장 광범하게 실시됐던 형벌이다. 태(笞:회초리)의 원래 뜻은 대나무 또는 가늘고 긴 나무 막대기로 사람을 후려친다는 것이며, 장(杖)은 지팡이다. 일찍이 불효한 자식은 부모로부터 지팡이로 두들겨 맞았다.

 중국 전설의 성군으로 꼽히는 순임금은 어렸을 때부터 순종하는 자식이었다. 부친이 작은 지팡이로 그를 때릴 때는 참았고, 큰 지팡이를 번쩍 추켜 올렸을 때는 멀리 도망쳐 피했다고 한다. 여기서 태장이란 형벌이 생겨 흔히 훈계(訓戒)의 의미로 쓰였다. 태장을 교형(敎刑)이라고 부르는 유래다. 태장은 시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중국의 한(漢)나라 때는 태장 500대, 300대가 행해져 많은 죄인이 매를 맞아 죽었다. 이후 수(隋)나라 때는 태와 장이 분리돼 등급이나 형구의 대소, 수형의 부위, 형량의 내용을 명확히 규정해서 사법기관으로 하여금 감독케 했다. 이때 태형은 5등급으로 나누었다. 때리는 횟수도 10회부터 50회까지 1등급마다 10회씩 더해졌다. 장형은 60회부터 100회까지 역시 1등급을 더할 때마다 10회씩 늘어갔다. 원(元)나라 때는 태형이 6등급으로 구별돼 횟수가 7회부터 57회까지로 했다. 이렇듯 바뀐 이유는 세조 쿠빌라이가 정한 것으로 그의 목적은 형을 경감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형벌이 가해지게 되면 태장형은 비참하고 지독한 형태로 나타났다. 집행의 정도가 권한을 가진 자의 임의로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본래의 훈계한다는 정신은 상실되고 권력자가 원하는 대로 징계하는 수단이 되고 만 것이다. 살살 때리면 100대도 아무 것이 아니지만 심하게 때리면 20~30대에서도 사망자가 생기게 됐다.

 법령에 의하면 태장형은 엉덩이를 매질하는 것인데 허리나 어깨 등을 매질하는 경우도 많았다. 때로는 회초리가 아닌 가시를 박은 몽둥이로 때리는 경우까지 있어 살아난다 해도 몇 달씩 병상에 누워야 했다. 청(淸)나라에서는 부녀자까지 발가벗겨 때리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법미꾸라지’를 목도하면서 영혼 없는 공직자들이 그들 밑에서 부역하거나 행동대원이 된 모습을 발견한다. 내부자 고발이 여건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부하고 동조해야 지위도 유지하고 생기는 것도 많기에 그렇게 했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징역 1년, 2년이 아니라 그에 준하는 ‘회초리 형(刑)’을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훈계와 동시에 정신적으로 창피를 주는 것은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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