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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우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겨울철 흔히 발생하는 감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고열, 심한 두통 등입니다. 하지만 뇌를 싸고 있는 막에 염증이 생기는 뇌수막염 역시 비슷한 증상을 보여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원인균에 따라 각종 후유증을 남기는 뇌수막염의 발생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봅니다.

#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뇌수막염

인간의 뇌를 보호하는 구조물에는 두개골과 그 안쪽에서 뇌를 싸고 있는 세 개의 막이 있습니다. 뇌수막염은 그 원인에 따라 증세와 예후가 무척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뇌를 감싸고 있는 연질막과 뇌척수액 공간을 포함하는 거미막 사이인 거미막밑 공간에서 발생합니다. 대부분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심한 두통이 비교적 갑자기 발생하는 것이 큰 특징으로 38℃ 이상의 고열, 구토, 고개를 숙일 때 통증이 나타나는 경부강직 등의 증상이 생깁니다.

뇌수막염은 원인에 따라 흔히 세균성 뇌수막염, 결핵성 뇌수막염, 무균성 뇌수막염 등으로 구분됩니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한 살 이전의 연령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지만 모든 연령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연령에 따라 그 원인균이 다릅니다. 증상으로는 신생아의 경우 황달, 청색증, 구토, 발열, 의식 저하 등이 주로 나타나고, 성인에서는 며칠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두통, 고열, 오한, 구토, 경련 등이 나타납니다. 진행 속도가 가장 빨라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이 위험하기도 하고 치료를 하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습니다.

결핵성 뇌수막염은 폐나 기관지, 임파선 등에 생긴 결핵병소가 뇌, 척수 등으로 퍼져 생깁니다. 처음에는 미열, 권태감, 오한을 느끼다가 수주간에 걸쳐 점차 두통이 심해지고 구토를 동반합니다. 우리나라처럼 결핵이 흔한 나라에서는 결핵성 뇌수막염 환자의 발생률이 높고, 이를 적절히 치료하지 않아 신경계통의 후유증이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균성 뇌수막염은 바이러스가 뇌척수액~뇌수막 공간에 침범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입니다. 위장에 있는 장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이 가장 흔한 원인으로 두통, 열, 구역, 경부강직 등의 증상이 며칠에 걸쳐 발생합니다.

# 뇌수막염 어떻게 진단할까

뇌수막염의 진단은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의 염증세포(백혈구) 증가, 단백 증가, 당 수치 변화 등을 확인해 이뤄집니다. 두개골 내 압력 상승을 초래하는 국소뇌병변을 구별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시행하기도 합니다.

검사 결과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판단되면 즉시 항생제를 투여하게 됩니다. 가능하면 뇌척수액 검사를 시행한 후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증상의 진행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먼저 투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균성 뇌수막염은 적절한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평균 10~15% 정도 됩니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 다른 질환을 동반한 사람들의 경우 사망률이 더 높고 세균의 종류에 따라 사망률이 80%에 이르기도 합니다.

반면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라고도 불리는 무균성 뇌수막염은 뇌수막염 발생률의 80~90%를 차지할 만큼 가장 흔하게 발병합니다. 다행히 무균성 뇌수막염은 열, 두통, 탈수증세 등에 대한 완화요법만으로도 자연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뇌수막염으로 발전해 치명적인 경과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도움말=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정성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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