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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박사
‘백척간두(百尺竿頭)’라는 말은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매우 위태롭고 어려운 상황을 표현하는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어떤 다른 말보다 작금의 대한민국의 처지를 잘 대변하는 경구가 아닐까 한다. 백 척이라 하면 한 자(30.3cm)의 백 배이니 약 30미터로 통상 건물 10층 높이다. 여기서 떨어지면 거의 치명상을 입거나 죽음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가리켜서 하는 단어라면 우리의 위기를 표현하는 말로 적합하다고 사료된다.

 지난 연말부터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가권력 핵심부의 무능과 부패, 비리로 헌정질서가 휘청거리고 있으며, 매주말이면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을 메우는 수십만의 시위가 10여 차례나 지속되는 그야말로 나라의 처지가 ‘백척간두’라는 말 외에 다른 적확한 단어가 있을까? 시위현장에서 촛불진영과 태극기진영이 극단적인 충돌이 자제돼 비폭력 평화집회로 이어져가고 있는 것은 세계인의 경이(驚異)를 넘어선 천우신조(天佑神助)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정국이라는 국가원수의 직무정지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에서는 사드배치 문제의 본질도 잘 모르고 반대를 공론화하고, 심지어 표(票)퓰리즘을 의식한 장병 군복무 기간의 단축을 거론해 병영의 군심(軍心)을 현혹하는 등 기막힌 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학업에 전념해야 할 청소년들을 참정권 연령 하향조정이라는 명목하에 진영의 세력으로 이용하려 한다. 심지어 북한도 17세 투표권이라는 등 최악의 인권유린 병영국가를 마치 정치 선진국인 양 본받자는 무책임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내우(內憂)속에 안보의 외환(外患)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 적나라한 표현일 것이다. 우선 북한은 2003년 시작된 북핵 6자회담을 기만전술로 이용하고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래로 2016년 제5차 핵실험에 이르면서 북한의 핵기술고도화가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미사일(ICBM)발사 징후까지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북한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진퇴양난의 심각한 안보위기를 맞고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북한의 사이버테러 능력은 언제 어디로 공격이 될지를 모르는 우려가 항상 있다.

 중국은 사드문제를 빙자해 경제제재와 문화관광 교류행사를 통제하고 한국에 대한 노골적으로 사드보복을 하고 있으며, 일본은 소녀상 설치에 대한 시비로 주한일본대사를 소환해 외교를 단절시키고 독도영유권 주장이라는 망언을 던지는 등 외교적 도발을 하는 실정이다.

 지난 20일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맞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문제와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한 재협상을 거론하는 등 자국의 이익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독트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정책이 등장했다는 것은 향후 한미동맹의 미래 안보도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노정한 것이다. 한미동맹의 군사외교 채널을 총동원해서라도 안보적 이익을 지켜야 한다.

 2017년도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기본이 튼튼한 국방, 미래를 준비하는 국방’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군은 국가안보의 최후의 보루라는 소명의식을 갖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은 물론이고, 전시작전통제권에 의지한 한미연합 국방이 아니라 자주국방을 하루라도 앞당기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안보를 챙겨야 한다.

 특히 내우외환의 어려운 시기에 북한이 도발한다면 즉각적이고 강력한 응징으로 다시는 도발할 수 없도록 우리 군의 의지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결국 안보의 미래는 남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결정에 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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