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고소인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지대학교 농구부 감독이다.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학부모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학교법인 명지학원 측도 그가 감독직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1차 공판 이전인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어 ‘별도의 명이 있을 때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직위해제했다.

 기자는 애당초 그의 고소가 ‘입막음용 겁주기’라고 판단한 탓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결국 한 차례 피고소인 조사를 받은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에도 유사한 사례를 경험했다. 비록 실행 단계까지 가진 않았지만 행태는 유사했다. 기자는 지난 11일자 본보 칼럼란 ‘서해안’에 ‘지방지 기자의 변명’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칼럼은 수개월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찾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는 서울 소재 언론사 기자들을 지켜보는 지방지 기자의 서글픈 현실을 묘사한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큰 것’을 쫓지 못한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작은 것’이 커지지 못하게 하는 게 지방지 기자의 역할이라며 스스로를 다잡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덧붙여 당시 통합 용인시태권도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을 취재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채찍을 들어야겠다는 다짐도 넣었다.

 이후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주로 협회 관계자의 부탁을 받은 이들이었다. 상대방 역시 굳이 이 같은 사실을 숨기지 않았고, 기자는 그들의 순수성을 알기에 아는 대로 설명했다.

 한데 최근에야 안 사실이지만 개중에는 엄포용 멘트도 있었다. 명예훼손 운운이 그것이었다. 기자에게 직접 한 얘기가 아니라 기자의 지인에게 ‘그’의 지인이 한 얘기다. ‘그’에게 훼손될 명예가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적절치 않다.

 얼마 전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해당 언론사와 기자, 특검 관계자 등을 명예훼손 및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민형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단다.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는 게 목적인 전형적인 슬랩(SLAP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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