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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해양수산부가 인천항만공사(IPA) 사장 임명 과정에서 인천시장과의 ‘협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인천경실련)이 올 1월 초 해수부와 인천시를 상대로 ‘사장 임명 시 항만공사법에 따른 지자체장과의 협의 과정 및 결과 자료’ 공개를 청구한 결과 해수부는 ‘비공개 대상’이라고 통지했다. 반면 인천시는 ‘해수부로부터 (사장 임명을) 협의’하자는 요청 문서를 받은 바 없어 ‘정보가 부(不)존재’한다고 공개했다. 이는 그동안 해수부의 항만공사 사장 인사 관행이 얼마나 중앙집권적이었는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다. 주지의 사실은 역대 IPA사장(4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해수부 출신 관료였다.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 줄었던 관료 출신 공공기관장 또는 감사가 또다시 증가하고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세월호참사가 있던 2014년 4월 15일부터 1년간 취임한 131명의 공공기관 기관장 및 감사 중 관(官)피아 비중은 14.5%(19명)에 불과했지만 1년 뒤인 2015년 4월 16일부터 지난해 9월까지 취임한 183명 중 관료 출신은 37.1%(68명)에 달했다. 2015년 3월 31일부터 시행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일명 관피아방지법)에서 퇴직 공무원 재취업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제한 규정을 강화했어도 신규 임용 비중이 되레 늘고 있다는 거다. 반면 신규 임용자의 25.9%(34명)였던 정(政)피아 비중은 18%(18명)로 줄었다. 한때 정치권 출신 정피아가 대신했던 그 자리도 항상 관피아의 몫이었던 거다. 세월호 7시간 논란이 한창이지만 관료집단의 중앙 집권적 인사 적폐는 여전할 뿐이다.

 인천경실련이 해수부 장관에게 인천, 부산, 여수광양, 울산 4개 항만공사 사장을 임명할 때 항만공사법(제16조 2항)에서 정한 시·도지사와의 ‘협의’ 사항을 지켰는지 확인할 만한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인천항의 경우 항만경제가 인천경제의 33%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기에 IPA사장은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기본이다. 그래서 사장 임명 시 장관이 시장과 협의하는 건 당연한 거다. 하지만 해수부는 ‘인사에 관한 사항으로 정보공개법 제9조 1항 5호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라고 통지했다.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 등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장의 사장 인사 자료야 그렇다지만 이미 철 지난 사장 인사 관련 자료가 공정한 업무 수행에 어떤 지장을 초래한다는 건지 납득하기 힘들다.

 궁금증을 풀어줄 열쇠는 인천시가 공개한 자료에 온전히 담겨 있다. ‘항만공사 사장 임명과 관련해 1대부터(2005. 7) 3대(2011. 8)까지는 보존기간이 5년 이상 지난 사항으로 협의자료를 확인할 수 없으며, 4대 사장 임명 시는 해수부로부터 협의 요청된 문서가 접수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정보가 부존재한다’는 내용이다. 그간 인천시장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명했으니 관련 문서가 없을 수밖에. 시는 이번 5대 사장 임명에 대해서는 해수부에 협의 사항이 이행되도록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부산과 인천시민이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합심해서 만든 항만공사이기에 너무나 당연한 거다. 경제분권 차원에서 항만도시의 시·도지사가 항만 업무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첫 시발이 항만공사 사장 임명 시 ‘협의’ 권한 행사다.

 이제 IPA사장 후보들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거쳐 해수부장관의 손에 넘어갔다. 2명의 민간인과 1명의 관료출신자가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기재부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환경부와 해수부 등에 파견 근무 중 퇴직한 인사가 유력한가 보다. 그는 지난번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취업심사에서 ‘업무 연관성은 인정되나 특별한 사유’(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4조 3항)로 ‘취업승인’이 난 것을 두고 해명을 요구받고 있다. 너무나 관료주의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인사 관행을 혁파할 이는 인천시장이다. 지지와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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