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와 불효자의 차이는 바로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길이 가볍냐, 무겁냐인 것 같다.

 올해 설 역시 어머님이 계시는 고향을 향했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지난 추석 이후 한 번도 찾아 뵙지 못하다 이렇게 설에 또 어머니를 뵈러 가는 길이 너무 멀고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할 뿐이었다. 그러나 나를 반기는 어머님의 모습은 여전히 환했다. 그런 어머님을 보는 내 마음은 너무 아팠다.

 갑자기 ‘부모님 살아계실 때 해야 할 10가지 효(孝)’가 떠올랐다.

 ‘사랑한다는 고백을 자주 하라, 늙음을 이해하라, 웃음을 선물하라, 용돈을 꼭 챙겨 드려라, 부모님에게도 일거리를 드려라, 이야기를 자주 해 드려라, 밝은 표정은 부모에게 가장 큰 선물이다, 작은 일도 상의하고 문안 인사를 잘 드려라, 부모의 인생을 잘 정리해 드려라, 가장 큰 효는 부모님의 방식을 인정해 드리는 일이다’.

 이 10가지 효 중 나는 과연 몇 가지나 실천하고 있는지 문득 의문이 들었다.

 현재 일을 하고 계시는 어머니이기에 ‘부모님께도 일거리를 드려라’는 것 외에는 하나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머니와 멀리 있어 사랑한다는 말, 웃음, 용돈, 이야기, 밝은 표정, 상의와 문안 인사 등을 옆에서 해드릴 수 없어 안타깝지만, 전화가 있는 요즘 이 마음 역시 나의 핑계다.

 오랜만에 만난 어머니이고, 개인적으로 죄송한 마음에 덩치에 맞지 않게 애교도 부리고, 설 준비 음식도 도와 드리면서 조금 마음이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심장이 좋지 않다는 말을 우연히 듣는 순간, 내 가슴은 또 불규칙하게 뛰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냥 "마음 편안하게, 아무 걱정하지 말고, 절대 신경 쓰지 마세요"라는 말만 했다.

 이번 설에도 뭐 하나 어머니께 해드리는 것 없이 짧은 연휴를 보내고 다시 인천으로 왔다. 인천으로 오는 길 역시 내내 무겁고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불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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