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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광고회사에 다니는 A(31)씨는 몇 주간 기침과 명치 부위의 통증이 계속돼 호흡기내과를 방문했습니다. 호흡기나 기관지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엑스레이·폐기능 검사 등을 받았지만 병원에서는 정상이라고 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시경 검사를 받고서야 ‘역류성 식도염’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이란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위∼식도 접합부 주위에 염증을 일으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만한 증상이 유발된 상태를 말합니다.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식습관의 서구화, 비만, 흡연, 음주 등이 악화 요인으로 생각됩니다.

위와 식도 사이에는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식도하부괄약근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음식물이 식도에서 위로 들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닫혀 있어서 위산을 포함한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하지 않도록 이 근육이 조여져 있습니다. 또한 횡격막이 식도하부괄약근을 둘러싸고 있어 이를 강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식도하부괄약근이 비정상적으로 느슨해지거나 횡격막과 식도하부괄약근이 어긋나게 되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함으로써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게 됩니다.

식도하부괄약근이 느슨해지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식, 기름진 음식, 술, 카페인 등이 식도하부괄약근을 느슨하게 만든다고, 흡연 역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비만으로 인한 복압 증가, 식도하부괄약근에 영향을 주는 약제의 복용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사 직후 눕게 되면 식도와 위의 높이가 같아져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므로 이러한 습관 역시 악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역류성 식도염이 발생하면 가슴 쓰림이나 상복부 중심(명치) 쪽에 통증이 발생합니다. 또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답답함, 더부룩함, 가슴 통증, 신물이 입으로 올라오는 등의 증상을 느끼게 됩니다. 역류가 심해지면 인후두(목부분)까지 역류가 발생하고 목에 이물질이 걸린 느낌, 가래가 붙어 떨어지지 않는 느낌 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한 환절기에는 기관지 질환이 늘기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을 방치해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른기침이 3~4주 이상 지속되고 목소리가 쉬거나 신물이 올라온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감기와 달리 기침과 가래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면 기관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기관지확장증’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은 대부분 위 내시경 검사로 쉽게 진단이 가능합니다. 역류성 식도염의 증상은 있지만 내시경 검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코를 통해 식도 내에 작은 선을 삽입해 식도의 산도를 측정하는 ‘식도산도검사’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위산 분비 억제제 투여와 같은 약물로 대부분 증상이 호전되지만 재발하는 경우가 매우 많아 금연·금주와 더불어 식사량을 줄이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하며, 저녁 늦게 음식을 먹는 것을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비만인 경우는 체중을 줄여야 합니다. 벨트를 너무 단단히 하는 것도 좋지 않고, 몸매 보정을 위해 조이는 의류(코르셋 등)를 착용하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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