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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모 인천시보건환경연구원장
요즘 뉴스를 볼 때 날씨와 더불어 미세먼지에 대한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미세먼지가 이제는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에 관련된 문제로 일상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지난해 인천의 미세먼지 평균농도는 49㎍/㎥ 수준으로 전년(53㎍/㎥) 대비 소폭 낮아졌다. 일평균 농도가 예보의 나쁨 수준(80㎍/㎥) 이상인 날도 18일로 최근 3년간 평균 39일보다 줄어들었다.

 일단 더 심각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고 2012년부터 뚜렷한 개선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00년대 후반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이 급속히 진행된 여파도 있겠지만 기존의 대기오염 관리 정책으로는 미세먼지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의 연소 과정에 의해 직접 배출과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휘발성 유기화합물질이 대기 중 화학반응에 의해 생성된다. 이렇게 미세먼지는 다양한 발생 원인을 갖고 있고 기상 조건과 황사, 중국발 스모그 등 국외 영향도 받고 있어 단기간에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딱히 예방법도 없어 현재로서는 정확한 측정과 예보로 미리 알려서 야외 활동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측정 장비 부족 등 일부 우려와는 달리 1990년대부터 대기오염을 측정하기 시작해 21개 대기오염측정소에서 다양한 측정 자료를 축적해오고 있다. 올해에는 국·시비 9억6천만 원을 확보해 대기오염 측정소 5곳의 장비를 전면 교체하고 초미세먼지(PM-2.5) 측정기 7대에 대한 신설·교체 사업을 추진하는 등 측정 장비의 대대적인 보강에 나서고 있다.

 또 미세먼지 구성 성분 실측자료를 바탕으로 미세먼지 발생원별 기여도 산정 및 오염원 평가를 실시하고 인천시 미세먼지의 고농도 사례 발생 시 장거리 이동에 의한 영향 내지는 국지적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 고농도 사례의 미세먼지 특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천의 실시간 대기질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환경정보공개사이트(http://air.incheon.go.kr/)도 개편을 준비 중이며 모바일 웹페이지를 제작해 스마트폰으로 좀 더 쉽고 편리하게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현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정확한 측정도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가 간과해서 안 될 것은 미세먼지를 저감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측정은 대기오염 상태를 파악하고 평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30~50%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 등 주변국과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나머지 부분은 국내에서는 전반적인 대기관리 정책을 재검토하고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 배출허용 기준 설정 및 대기오염 배출허용 기준 강화, 총량관리에 포함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 관리 강화, 화석연료 발전소의 합리적 관리 방안, 차량부제를 포함한 차량이용 제한 정책, 선박 등 비도로오염원의 저감 기술 도입 등 경제적 논리와 현실적인 여건으로 미뤄왔거나 진행이 더딘 정책들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 시 비상 저감 대책으로 환경부에서 올해 2월 중순부터 수도권 지역 600여 개 공공기관에 대해 차량 2부제와 공공사업장·건설공사장의 조업 단축을 추진하고 점차 민간 영역으로 사업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문제는 편리함을 위한 욕구와 맑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욕구 등 서로 상충되는 두 욕구 사이에 놓여 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책은 획기적인 미세먼지 저감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문명의 이기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통제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가 누려야 할 환경 주권은 아무런 노력 없이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만큼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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