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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지 않아도 답답한 일상 속에 한 줄기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다. 밥을 먹다가, 운전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무심결에 흘러나오는 음악 한 곡에 가슴은 먹먹해지고 심장은 더욱 빠르게 두근거린다. 그렇게 마음을 훔쳐 버린 음악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발걸음을 붙잡은 채 놓아주지 않는다. 마치 한순간에 사랑에 빠진 것처럼 말이다. 음악의 힘은 그런 것 같다.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전달해 주는 음악은 신기루처럼 나타나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과 황홀함을 전달한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비긴 어게인’은 음악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삶의 의미를 다시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2006년 영화 ‘원스’를 통해 저예산 음악영화의 기적을 이끌어 낸 존 카니 감독의 2014년 작품을 만나 보자.

여기 절망에 빠진 두 남녀가 있다. 영국에서 뉴욕으로 건너온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는 오늘이 미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5년간 꿈과 사랑을 함께 키워 온 남자친구는 어느새 화려한 스타가 돼 있었고, 이제 그의 곁에 그녀가 설 자리는 없었다. 음악적 견해뿐 아니라 사랑의 감정에 있어서도 두 사람은 끝난 사이가 돼 버린 것이다. 모든 게 시작과 끝이 있듯 사랑도 언젠가 끝날 거란 걸 알았지만, 그레타 입장에서 이번 결별은 변해 버린 상황이 몰고 온 너무도 급작스러운 이별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레타는 뉴욕을 떠나기 전날 밤, 우연한 기회로 카페에서 자작곡을 부른다. 대다수 관객들의 시큰둥한 반응과는 달리 술에 찌든 부랑자 같은 한 남성만이 그녀의 노래에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이 잘나가는 음반제작자라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건네며 앨범 작업을 제안한다. 댄은 정말로 한때 잘나가는 음반제작자였다. 그러나 연이은 실패로 인해 이제 거리에 나앉게 됐다. 술에 취해 우연히 듣게 된 그레타의 음악을 통해 댄은 음악적 진정성을 느끼게 되고, 잃어버린 열정도 되찾게 된다.

큰 기대 없이 함께 작업하기로 한 두 사람은 뉴욕을 거닐며 서로가 좋아하는 노래를 함께 듣고 또 함께 연주하는 과정을 통해 교감을 나누고, 삶의 의미 역시 되찾게 된다. 절망의 끝에서 다시 시작할 희망을 발견한 두 사람은 각자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서 소소하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간다.

영화 ‘원스’에 이어 또다시 음악영화로 찾아온 존 카니 감독은 ‘비긴 어게인’에서 뮤지션으로 활동했던 자신의 특기를 살려 다시 한 번 관객들의 마음과 귀를 적시는 감성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원스’를 미국 뉴욕으로 옮겨 놓은 듯한 ‘비긴 어게인’은 여러모로 전작과 많이 닮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잔잔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쁘고 분주한 도시인 뉴욕을 진주처럼 아름답고 낭만적이게 표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영화에 흐르는 음악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확실히 음악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감독과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이는 배우들의 조합으로 완성된 영화 ‘비긴 어게인’은 일상의 작은 행복과 삶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진정성 있는 위로를 건네고 있다. 2017년 정유년 새해, 거창하지는 않아도 다시 시작하는 희망찬 마음으로 출발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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