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내 생애 최고의 49일(Le Tour:My Last 49 Days)
97분/다큐멘터리/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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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희귀암 환자입니다. 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지 않아 가망성 없는 치료를 중단하고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 대회에 도전해 봅니다. 힘들지만 멈추지 않겠습니다. 자전거 바퀴를 힘차게 돌리고 있는 지금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이 영화는 2010년 2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故) 이윤혁(인하대 체육교육과 02학번)군이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Le Tour de France)’에 도전한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세계 최고의 사이클 선수들이 참가하는 일명 ‘지옥의 레이스’인 이 대회는 보통 20∼30일 동안 열리지만 이윤혁 군은 49일이 걸렸다. 2009∼2010년 49일 동안 힘들게 달려 완주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투르 드 프랑스’ 코스 3천500㎞를 완주한 희귀암환자 이윤혁 군의 여정을 기록한 실화답게 감동적인 장면이 여럿 나온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암환자를 응원하기 위해 여정을 시작하면서 자전거에 ‘희망(希望)’이란 스티커를 붙이는 장면, 완주해 환희하는 순간, 사이클 여정을 끝내고 병원 치료를 담담히 받는 모습 등이다.

감동 실화지만 영화는 모든 것을 담아내며 있는 그대로를 전부 보여 준다. 같이 간 팀원들 간 불화로 위기가 찾아오는 장면과 사고도 나온다.

항암치료를 중단한 이윤혁 군을 돕기 위해 모인 9명과 함께 희망을 가지고 레이스에 참가하지만 첫날부터 끊이지 않았던 불협화음, 준비가 미진한 탓에 불평불만이 터져 결국 싸움이 일어나기까지 한다. 삶이란 결코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고단하고 때론 구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보여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론은? 세계적으로 200여 명밖에 없다는 희귀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삶의 마지막까지도 놓지 말아야 할 가치를 향해 질주하는 이윤혁의 완주 장면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가치는 바로 ‘희망’이라는 것이다.

희망에 대해 비슷한 말을 남긴 이가 있다. 암에 걸려 91세의 나이로 미국 대륙 횡단 자동차 여행을 시작해 13개월 만인 지난해 세상을 뜬 노마 진 바우어슈미트(미국)할머니이다. 전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말은 이거다.

"암이 찾아와 불행하다고? 아니네. 오히려 암 때문에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네. 이 나이에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몰라."

또 한 가지 질문! 이윤혁 군이 완주한 2010년으로부터 7년이 지난 2017년에 상영되는 이유는 뭘까? 한마디로 편집제작비 등의 문제로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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