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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권홍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4차 산업혁명이 대통령 선거의 쟁점이 돼 버렸다. 여기에는 새로운 산업을 민간주도로 발전시켜야 하느냐 또는 정부주도로 육성해야 하느냐의 시장주의와 수정주의적 시각의 차이까지 들어서 있다. 혁명이라는 것은 그리 간단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근원적인 혁명은 눈에 보이는 것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존재 예를 들어, 신에 대한 인식이 시작된 인식혁명이었다. 신, 집단, 상징 등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가능하게 했던 인식혁명은 인간을 동물로부터 구분되게 해줬지만 생활의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지는 못했다.

 그 이후 인간의 생존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첫 번째 산업혁명이 신석기시대의 농업혁명인 제1차 산업혁명이다. 수렵과 채취에서 농업으로 인간 자체의 노동력에서 소, 말의 축력을 사용하게 되면서 인류의 생산력은 급격히 팽창하게 된다.

 지금부터 아주 과거의 일처럼 보이지만, 제2차 산업혁명은 불과 3세기 전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에 이뤄졌다. 이 혁명의 근본 배경은 축력에서 석탄으로 에너지원이 근본적으로 전환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우마차에서 증기기관차로 운송수단이 바뀐 것이다. 아직도 인류는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초한 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화석연료가 없다면 인류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화석연료가 가져온 환경문제인 이산화탄소 배출, 미세먼지 그리고 화석연료 자체의 고갈이라는 위협으로부터 제기된 혁명이 제3차 산업혁명이다. 제3차 산업혁명은 화석연료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신재생에너지와 건물마다 발전소가 있는 분산형에너지, 수소를 비롯한 에너지 저장, 에너지 공유 그리드, 전기자동차 및 연료전지 차량 등이 제리미 러프킨이 2000년대 초반 주장했던 제3차 산업혁명의 5가지 요체였다.

 그리고 불과 20년이 지나지 않아서 제4차 산업혁명이 주창됐다. 제3차 산업혁명조차 아직 성공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데 제4차 산업혁명이 주장되고 있는 것이다. 제3차 산업혁명이 성공했다고 판단하려면 최소한 인류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½은 신재생에너지에 의해 생산돼야 한다고 본다. 아직은 미완의 혁명인 것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제1차에서 제3차 산업혁명과 달리 에너지원의 근본적 전환에 기초한 혁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즉, 에너지원의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혁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증기기관에 의한 제2차 산업혁명을 제1차 산업혁명으로 보고, 이 산업혁명을 세분화해 세계 제1차 세계대전 이전의 내연기관 발명을 제2차 산업혁명으로, 1980년대 디지털 기술의 발달에 기초한 디지털 혁명을 제3차 산업혁명으로 그리고 인공지능, 나노기술 등을 바탕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런 제4차 산업혁명은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주장된 것으로 아직은 유아기조차 지나지 않은 개념이다. 개념의 정확성을 떠나, 기술발달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며 동시에 기회이다. 그리고 천연자원이나, 넓은 영토를 가지지 못한 우리에게 새로운 기술과 고급인력에 의한 높은 수준의 경쟁력만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제4차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다.

 다만, 제4차 산업은 우리의 기존 교육 방식인 반복해서 외우기, 1등만 대우받는 경쟁적인 교육 시스템으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모두가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암기와 성적이 아닌 창의성과 자율적인 교육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구박사(구글)와 네박사(네이버)에게 물어보면 될 일을 관행적인 교육 시스템에 따라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 아이들을 구속하고 있다. 공부하는 아이들은 괴롭고 비효율적인 시스템 때문에 노후준비도 못하면서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부모들도 불쌍하다. 그리고 인류가 인공지능과 기계에 의존하는 사회를 허용한다면, 인간성은 상실되고 인공지능이 지배자가 되는 새로운 중세시대에 진입할 수 있다. 인간의 창의성과 철학, 인문학적 가치가 더욱 중시돼야 하는 이유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이 해야 할 일은 개념 논쟁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편안함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들이 교육개혁과 정치개혁이다. 그 중 교육개혁의 방향부터 올바로 세워줬으면 한다.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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