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서울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처리하던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이 과포화 상태에 이른다. 정부는 이때부터 대안을 찾기 시작한다. 인천시 서구 검단·검암·경서동, 김포시 양촌면 일원이 대안으로 지목됐다. 당시 이곳은 매립사업이 한창이었다. 1980년부터 동아건설산업㈜이 나서 농경지 조성 목적으로 김포간척지를 매립하고 있었다. 환경청은 민간사업자와 협상 끝에 부지를 매입했다. 환경청(150억 원)과 서울시(373억 원)가 각각 투자에 나선다. 1988년 2월 농경지로 예정됐던 땅은 쓰레기매립장으로 용도가 변경된다. 이 땅의 투자 비율에 따라 수도권매립지의 지분도 결정된다. 수도권매립지의 행정구역은 인천시였다. 하지만 시는 지분을 가지지 못한 채 인천시장이 매립면허권만 행사하는 구조로 출발한다.

 환경청은 1988년 12월 수도권해안매립지 조성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향후 매립 부지에 대한 사용 용도를 명시한다. 그 중 하나가 테마파크 대상지인 종합여가위락단지다. 수도권매립지 토지이용계획에는 매립 부지를 골프장과 캠핑장, 리조트클럽 등 종합여가위락단지 조성이 가능하도록 용도가 정해졌다. 이 계획에 따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는 제1매립장 등 매립이 끝난 부지에 종합여가위락단지 조성에 본격 나선다.

# 쓰레기매립지, 환경친화적인 드림파크로 변신

1992년부터 경기 지역 쓰레기 반입을 시작으로 매립에 나선 수도권매립지는 총 4개 매립장과 시설 단지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제1매립장은 2000년 9월 매립 종료에 따른 안정화 기간이 시작되면서 SL공사는 제1매립장에 대한 관리 방안을 모색한다. SL공사는 환경과 생태, 교육, 체육시설 등을 갖춘 환경친화적인 휴식·체육공원인 드림파크 조성을 목표로 부지별 개발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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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를 통해 매립지 주변지역 개발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에 포함된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조성 부지.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드림파크는 매립이 끝난 제1매립장을 승마장과 수영장, 습지생태공원, 생물원 등을 갖춘 녹색바이오단지와 골프장, 주민체육시설 등 체육단지로 조성하고, 제2매립장에는 수목원과 식물원 등 환경 이벤트단지로 만들 계획을 세운다. 경인아라뱃길 남측 시설단지에는 상시 공연장 등을, 제3매립장은 환경에너지단지, 제4매립장은 수변레저단지로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추진하는 수도권매립지 복합테마파크 예정 부지는 제1매립장 녹색바이오단지와 경인아라뱃길 남측 시설단지 등 기타 부지(경서동 매립장)다.

# 복합 테마파크 사업의 시작

1990년대 초부터 각종 쓰레기 매립으로 환경·재산상 피해를 입었던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은 제1매립장의 매립 완료 이후 SL공사에 테마파크 조성을 요구한다. 2013년 2월에는 명지대학교와 서울연구원이 주최하는 ‘매립지 문제 해결을 위한 테마파크 조성 제안’ 세미나가 열리면서 수도권매립지 내 테마파크 조성 움직임이 본격화한다. 이후 민선6기 시정부가 들어서면서 2014년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를 통해 2016년 종료 예정이었던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연장해 주는 대가로 매립지 주변 지역 개발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들을 약속받는다. 여기에 포함된 것 중 하나가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조성사업이다.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로 SL공사와 인천시가 테마파크 조성에 적극 나서면서 외국 민간투자자들이 수도권매립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2015년 초 SL공사는 당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호텔 업체인 MGM리조트와 디스커버리 콘텐츠를 보유한 비전 메이커, 글로벌 디자인 회사인 피디아이, 재미동포가 운영하는 비즈포스트 그룹 등과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조 원대의 자본을 투자해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리조트·콘도, 호텔, 복합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테마파크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놓는다. 서구청에서 사업설명회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착공도 못하고 무산됐다. 이어 바통을 받은 사업자가 트리플파이브의 K-City 프로젝트와 식스플래그의 갯펄랜드 프로젝트다.

# 세계적인 기업 트리플파이브와 식스플래그가 테마파크 문 두드려

트리플파이브 그룹은 북미 최대 규모의 쇼핑몰인 ‘West Edmonton Mall’과 미국 최대 쇼핑몰인 ‘Mall of America’ 등 캐나다와 미국·중국·유럽 등에서 부동산, 금융, 벤처 투자 등 다양한 분야의 계열사를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트리플파이브는 경서동 매립장 일원 46만7천㎡ 부지에 세계 최대의 친환경 테마 허브 쇼핑파크인 ‘청라 케이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3월 SL공사에 양해각서와 투자확약서를 제출했으며, 현재 인천시와 사업 추진을 협의 중이다. FDI(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2억 달러(약 2천300억 원) 상당이며, 총 사업비는 1조 원에 달한다.

제1매립장 녹색바이오단지에 사업을 추진하는 식스플래그 역시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남북 아메리카와 유럽을 합해 전 세계에 39개 롤러코스터 테마파크 지점을 둔 식스플래그는 연매출만 12억 달러(약 1조3천800억 원)에 달한다. 총면적 242만7천44㎡ 부지에 롤러코스터 등 놀이기구와 워터파크, 리조트 등을 구상하고 있는 식스플래그는 지난해 4월 7천만 달러(약 800억 원) 이상의 FDI가 포함된 1조3천억 원 규모의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들은 총 사업 면적 중 33만㎡는 매입하고 나머지 테마파크 부지는 50년 임대로, 시설물 평가 지분 참여 등은 별도 협의하는 내용을 사업제안서에 담았다.

인천시는 지난해 7월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심의에서 원안 의결한 후 양해각서 체결을 준비 중에 있다. 시와 공사는 특히 다수의 놀이기구가 들어서는 식스플래그의 갯펄랜드가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지역주민들의 고용 창출 효과가 대단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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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투자자 위치도
# 발목 잡는 수도권매립지 4자 합의

수도권매립지 내 두 곳에 추진 중인 복합테마파크 사업은 총 사업 규모가 2조 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그럼에도 정상 추진이 안 되고 있다. 경기 침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변심 등이 아닌 행정 미숙이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식스플래그가 추진하는 제1매립장 녹색바이오단지 등과 기타 부지의 야구장·축구장 등은 현재 환경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2014년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가 합의한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에서 SL공사의 인천시 이관 시 환경부에서 인천시로 이양하기로 돼 있다. 인천시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해당 부지를 한시라도 빨리 이양받아 투자자와 협상을 진행해야 하나, 공사의 인천시 이관 시기가 불투명해 진도를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토지 주체의 이원화 문제 등을 먼저 해결해야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환경부와 서울시가 원하는 자원화시설의 매립지 신규 설치를 동의하는 방안 등 사업 부지의 매립면허권을 즉시 양도받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용식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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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 내 테마파크 부지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환경부도 처음부터 매립지에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었다면 인천시에 해당 부지를 넘기기 전이라도 먼저 추진하면 될 것 아닙니까."

 김용식(78)서구발전협의회 회장은 수도권매립지 내 복합테마파크 사업이 부지 소유권 이관 지연으로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해 정부의 획기적인 발상 전환을 주장했다.

 김 회장은 "매립지에 복합테마파크가 완성되면 연간 130만 명의 일자리와 3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도권 쓰레기매립지로 고통받은 주민들의 피해 보상과 서구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테마파크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테마파크가 들어서면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수조 원을 들여 그곳에 시설물을 짓고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데, 바로 옆에서 쓰레기가 들어오고 냄새가 난다면 운영이 가능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사업 부지는 SL공사가 인천시로 이관할 때 넘기기로 한 땅인데, 공사가 지방으로 넘어오기가 과연 쉽겠느냐"며 "공사를 이관하려면 정부와 국회에서 적극 나서야 하는데, 현재 상황을 보면 그러한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4자 합의 사항의 이행 불성실을 꼬집었다.

 이어 "4자 협의에서는 테마파크를 포함해 인천도시철도 1호선과 서울지하철 7호선 연장 등 선제적 조치의 협조를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다"며 "선제적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립지 3-1공구의 기반공사만 진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구발전협의회를 비롯한 서구 지역 자생단체들은 환경부가 공사 이관 전이라도 테마파크 사업 추진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선 환경부 장관을 만나 면담을 진행하고 세종시를 방문해 물리력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 수도권매립지 복합테마파크 연혁
 -청라 K-City 프로젝트
 2016. 1 트리플파이브사 투자의향서(LOI) 제출
 2016. 1 트리플파이브사 마크 바추리 부회장, 인천시장 면담
 2016. 3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트리플파이브사 MOU 체결
 2016. 6 트리플파이브사, FDI 2억 달러 신고
 2016. 7 사업타당성 검토보고서 제출
 
 -글로벌 테마파크(갯펄랜드) 조상사업
 2016. 4 식스플래그사, 투자의향서(LOI) 제출
 2016. 7 인천시 투자유치기획위원회 심의 원안 의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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