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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순휘 정치학박사
손자병법의 시계편(始計篇)에 ‘兵者(병자), 國之大事(국지대사), 死生之地(사생지지), 存亡之道(존망지도), 不可不察也(불가불찰야).’ 즉, "전쟁은 국가의 중대한 일이다. 국민의 생사와 국가의 존망이 기로에 서는 것이니 신중히 살펴야 한다"라고 첫 문장에 기록하고 있다. 일찍이 손자는 그만큼 국방 업무가 국가의 가장 중대한 업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정권이 바뀐다 해도 국정개혁 목표에 반드시 들어가는 것은 ‘국방개혁’이다. 우리의 국방개혁은 노무현 정부 말에 2006년 12월 1일 국회를 통과한 ‘국방개혁기본법(이하 국방개혁2020)’에 근거해 추진되는데 그 핵심은 국방전반의 체질개선을 통한 효율적인 국방시스템과 자주국방 능력을 혁신하는 것이다. 국방개혁이 완료되는 2020년에는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계획이다. ‘국방개혁2020’은 국방력의 질적 개선을 필수과제로 사업화해 신형전차(K-2흑표)개발·양산, 신형장갑차(K-21)개발·양산, 방공로켓(천무, 천마)개발, 다목적헬기 개발(KUH-1수리온 배치), 공격헬기 도입(아파치AH-64E를 36대 구매배치), 공중 조기경보기 도입(AWACS,E-737 피스아이 배치), 신형 구축함 건조, 신형 잠수함 도입, 순항미사일 개발(현무-3), 아리랑 5호 군사위성 운용, 대갱도 포병전력(GBU-28 벙커버스터 도입) 등을 조기 전력화해 군전력의 질적 개선 성과가 상당히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단순한 무기구매와 개발에 의한 질적 개선이 국방력의 강화라는 논리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더구나 ‘국방개혁2020’의 예산편성이 경제성장률 평균 7% 이상이라는 것을 전제한 낙관적인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들어서 2~3%대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국방개혁2020’ 자체가 전반적으로 수정해 온 것이 사실(facts)이다. 국방개혁은 2011년 ‘국방개혁307’로 수정됐고, ‘국방개혁2025’로 재수정됐다. 천안함 피폭사건과 전작권의 전환연기 등 안보변수로 ‘국방개혁2012~2030’을 세 번째로 수정 보완해 일관성을 상실했다. 이렇게 국방개혁기본법이 일관성을 상실하고, 추진력이 떨어지면서 결국은 국방개혁의 핵심사업이 표류하거나 중단되는 등 전력증강에 차질이 불가피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전시 작전통제권을 재연기하고, ‘국방개혁2014~2030’으로 수정 보완해 추진하고 있으나 북한군의 전력증강(핵·미사일고도화 및 비대칭전력)에 대비해 질량적 열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2030년까지 10년이 지연된 안일한 국방개혁으로 변질됐다고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국방예산이 건군 이후 처음으로 40조 원을 넘는 40조3천347억 원이다. 2016년에 비해 약 1조5천여억 원(4%)이 증액됐지만 국방개혁을 국방력 강화로 완성하기에는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방비는 크게 전력운영비와 방위력 개선비로 구분한다. 올해 전력운영비는 28조1천377억 원으로 전년대비 9천780억 원(3.6%)이 늘었지만 국방력의 실질적인 개선은 아니다.

중요한 방위력 개선비는 12조1천970억 원으로 전년대비 5천572억 원(4.8%)이 증액됐지만 이 정도로는 전투력 증강에 절대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안보 현실적으로 방위력 개선비는 특별예산을 추가 편성해서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위해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잠수정의 SLBM 위협을 탐지하기 위한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사업과 한국형 탄도탄 요격미사일(철매-II PIP사업)과 북한 최고지도부에 대한 대량응징보복체계(KMPRO)같은 핵심사업에 집중적인 예산투입이 필요하다. 올해 국방예산규모가 국민총생산(GDP)의 2.39% 수준으로 안보위협이 심각한 국면에서는 3~4%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절실한데 국회예산심의에서는 외면당했다. 국가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최상의 기본복지는 안보가 아닐까? 국방예산의 증액 없이 대북 우위의 국방력이 배비될 수 없다. 그런데 모병제를 하자는 정치인은 과연 국방예산의 심각성을 알고나 하는 말인지 묻고 싶다. 국방예산 증액 없이 ‘국방개혁 2014~2030’은 한낱 계획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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