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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지만 지나버린 과거를 그리워하기도 한다. 미래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양가적인 단어들이 희망과 불안이라면, 과거는 아름다움과 미련 등의 의미와 맥을 같이한다. 과거는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그립고 아름답게 미화되는 측면이 있다. 그 시기가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이든 혹은 더 먼 역사 속의 과거이든 상관없다. 돌아갈 수 없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을 동경하고 꿈꾼다는 것은 해당 과거의 시점을 가장 아름다운 시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의 주인공 ‘길’은 비 오는 파리의 낭만에 푹 젖어 살고 있는 시나리오 작가다. 그는 물질적이고 지루한 현재보다 재즈의 시대이자 황금의 시대로 대변되는 1920년대와 파리를 언제나 동경해 마지않는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길이 꿈꾸는 낭만적인 여행에 동행해 보자.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각본가로 활동하는 ‘길’은 그 방면에서 나름대로 인정받는 작가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현실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늘 꿈틀거린다. 그리고 그 욕망은 파리로 여행을 떠나며 정점으로 치닫는다. 약혼녀 이네즈와 그녀의 부모와 함께 온 파리 여행에서 길은 결혼해 파리에 정착할 것과 자신의 직업을 소설가로 전향할 의사를 밝힌다. 이에 약혼녀와 부모는 그의 생각이 대단히 비현실적이라고 나무라며 못마땅해 한다. 하나 평소에도 길이 파리에 대한 몽상가적 이야기를 자주 털어놨기 때문에 누구도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 파리의 낭만에 빠진 그와 달리 약혼녀의 가족들은 쇼핑을 비롯한 일반적인 관광 코스로 일정을 채운다. 결국 길은 가족과 합류하지 않는 채 자신만의 낭만여행을 시작한다.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길은 자정인 12시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홀연히 나타난 클래식 자동차에 홀리듯 올라타게 되고, 이후 믿을 수 없는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그토록 꿈꿔 왔던 1920년대의 파리 한복판에서 그는 피카소,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살바도르 달리와 같은 세기의 예술가들을 만나 꿈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인 아드리아나를 만나 달콤한 사랑에 빠져든다. 그러나 아드리아나는 자신이 속한 1920년대를 지루해하며 1890년대인 벨 에포크 시대를 동경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이들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과연 길은 언제까지고 1920년대의 시간에 머무를 수 있을까?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화수분 같이 마르지 않는 영화적 아이디어로 다작을 이어가는 할리우드의 거장 우디 앨런 감독의 2011년 작품이다. 영화는 동경하던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 한 사람의 이야기로 파리의 낭만에 한껏 취하게 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지나간 향수에 안주하지 않는다. 과거의 시간에서 살아가는 아드리아나는 그녀만의 황금 시기인 벨 에포크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벨 에포크 시대의 사람들은 더 먼 과거인 르네상스 시기를 꿈꾸고 있음을 길은 직면하게 된다. 이로써 영화는 우리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한다. 과거가 아름답게 보인다면 그것은 곧 오늘을 살고 있는 현재도 눈부신 한 시기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을 ‘화양연화(花樣年華)’라 부른다. 오늘의 이름이 과거의 한 조각이 됐을 때 그 시절을 화양연화로 기억하려면 주어진 오늘의 찬란함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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