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유 문화와 향토사를 보존하며 문화행사를 개최하는 지방문화원의 본보기로 인천 부평문화원을 꼽는 이들이 많다. 인천 지역에서 가장 많은 문화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내 고장 바로 알기 사업’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삶을 담는 ‘문화’란 그릇을 정성들여 빚어내고 있는 부평문화원의 정진철 원장을 만나 봤다.

"1998년 설립된 부평문화원이 부평역사박물관으로 2013년 이전하면서 박물관 위탁운영도 맡게 됐죠. 문화원과 박물관이 함께하니 좋은 점이 많아요.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문화원상 지역문화창달 분야 고유문화계발 및 보급 부문 수상의 쾌거도 다 그런 시너지 효과라 보시면 돼요."

특히 향토사 조사·개발에 있어서 따라올 곳이 없다는 칭찬이 가득한 부평문화원은 올해도 계획이 가득하다.

"내년 20주년을 앞두고 이전에 발간된 「부평사」를 수정·보완해 다시 발간하고, 지난해 부평토굴 발굴 프로젝트를 활용·연계한 사업을 곧 진행할 계획이에요."

‘부평토굴 생활문화역사콘텐츠 발굴 프로젝트’는 명칭만 보면 마치 학술조사 제목처럼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노인문화 프로그램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신선했다.

"노인들의 사회 참여를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에요. 발굴단에 참여한 노인들의 친화력과 연륜, 삶의 지혜가 없었다면 진행하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지역 산증인을 만나 산곡동에 숨어 있던 토굴 24곳을 찾았으니 잊혀져 가고 있는 역사를 발굴한 셈이죠."

2007년 개관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부평역사박물관의 사업계획도 밝혔다.

"2014년부터 지역 조사를 시작해 부평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계속 발간하고 있답니다.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기획전시 ‘삼릉, 멈춰 버린 시간’ 역시 2016년 발간된 「미쓰비시를 품은 여백 사택마을 부평삼릉」과 같은 맥락이고요. 가장 최근에 나온 학술총서 「장수산 맑은내 마을 부평 청천동」에 이어 십정1·2동 지역 조사가 끝나는 대로 두 권의 조사보고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2015년 3월 7대 원장으로 취임한 정 원장은 향토문화 보존과 함께 문화예술학교와 골든에이지 지원사업에 대한 욕심도 많다.

"인생의 가장 근원적인 질문인 삶과 죽음을 탐구하는 과정인 웰다잉 과정과 평균연령 74세 노인들이 참여해 활동하는 실버극단 은빛여울, 국가하천으로 승격한 굴포천을 따라 부평의 역사와 지명 유래를 알아가는 탐방 프로그램의 노인해설사 양성·참여 등이 골든에이지 지원사업들입니다. 노인들의 인생이모작 지원을 위해 시작한 사업인데 우리 문화원도 이제는 100세 시대에 한몫해야 되지 않을까요?"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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