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은 구제역 파동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구제역 바이러스가 ‘A’형과 ‘O’형 바이러스가 동시 검출되자 정부가 구제역 위기 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고 한다.

구제역 백신 역시 ‘O’형만 예방할 수 있는 물량이 훨씬 많이 준비돼 있는 상황에서 지난 9일 연천 농장의 젖소에서 확인된 바이러스가 ‘A형’으로 밝혀져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농가에서 백신 접종을 기피해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농가는 백신이 제대로 항체를 형성하지 못하는 ‘물백신’이라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형국이다. 그런데도 농식품부는 수년째 영국에서 수입하는 예방백신에만 의존하고 있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수입시장 다변화나 자체 백신 개발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 백신은 국내 백신회사가 영국의 메리알사에서 수입, 소분해서 행정기관과 축협을 통해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구제역 예방백신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인데 문제는 이 백신을 접종하고도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5년 1월 구제역 때 항체 형성률이 100%인 돼지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농가에서는 영국에서 제조, 수입하는 백신의 효능에 문제를 제기하는 반면에 정부는 농가에서 비용 부담이나 부작용 등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에 정부는 구제역이 발생하는 이유를 농가에서 제대로 백신접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백신 접종을 하게되면 젖소의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송아지 유산 우려 때문에 농가에서 백신접종을 꺼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전염성이 강한 구제역 예방을 위한 차단방역이 허술하고 축산농가에 백신접종을 맡긴 후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방역시스템이 구제역 파동을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이제라도 부작용이 작은 맞춤형 국산 백신을 서둘러 개발하고 백신 개발 전까지라도 수입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농업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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