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입주기업 123개(회신 8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성공단 철수로 인한 피해액이 정부 추산의 두 배인 1조5천억 원에 이르고, 평균 매출액은 32.1% 감소했으며, 퇴사한 인원도 최소 700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웠음에도 정부가 홍보해 온 지원제도는 큰 도움이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 무이자 대출은 제한이 많고, 저금리 대출 및 대체용지 제공도 사업의 핵심역량(낮은 인건비·물류비, 숙련된 노동력)이 사라진 상태라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의 정책적 무관심과 정치권의 무책임한 방치가 피해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개성공단 철수는 국가정책 변화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훼손된 사건이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이를 위한 ‘개성공단 피해보상 특별법’ 정도는 추진했어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피해복구 노력은 게을리 한 채 비현실적인 공약으로 정치 이슈화나 꾀하는 모습뿐이다. 그런 영향인지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67%는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다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의 개성공단 재가동 방침에 대해 기대심이 표출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문 전 대표는 "개성공단을 진행함으로써 우리의 이익이 수백 배 더 컸고, 체제의 우월성을 알릴 기회도 됐으며, 한계에 봉착한 우리 경제의 숨통도 트게 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은 경제적 이익만으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이에 대응한 사드배치,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등 많은 것들이 함께 연결돼 있다. 비록 어처구니 없게도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국방·안보 정책이 일정 부분 흔들리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본 흐름까지 바뀌어선 안 된다. 한미동맹, 유엔 협조 등 더 중요한 것들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북한의 느닷없는 ‘수소폭탄 모방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우리는 사드배치로 돌아섰고, 결국 개성공단마저 폐쇄했다. 모두가 공존의 가능성을 무참히 걷어찬 북한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후 저들은 변한 게 없는데 우리끼리만 자꾸 이러는 상황이 너무 희극적인 것 같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