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관 업무의 비효율성’, ‘갑문항의 한계 극복’. 인천항의 숙제를 의미하는 표현이다. 골든 하버 개발의 배경이기도 하다. 인천항국제여객터미널은 중구 연안부두 제1터미널과 신흥동 제2터미널로 떨어져 있다. 통관에는 두 배의 인력과 예산이 든다. 통관 업무의 통합을 전제로 한 새 국제여객터미널 건설 주장에 힘이 실렸다. 중국 간 10개 항로를 오가며 시간과의 싸움을 하는 카페리 선사들에게 인천내항의 갑문은 장애물이었다. 야적장 등 내항의 부족한 항만과 배후시설도 카페리 화물 처리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카페리 선석(7선석)을 새로 조성하는 남항 개발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남항의 새 카페리 선석과 통합 국제여객터미널 건설사업은 ‘골든 하버’로 이름 지어졌다. 여기에 크루즈 선석과 상업 용도의 배후지역 개발이 더 칠해졌다. 골든 하버 개발계획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확대재생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다. 그 우려는 아직 조성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 2019년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임시 개장한 인천항 남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전용 부두. <사진공동취재단>
# 인천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산업 시작부터 삐걱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는 2019년 새 국제여객터미널 정식 개장에 앞서 임시 크루즈 전용부두 개장을 계기로 인천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 유치에 열을 올렸다. 지난 7일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내 크루즈 전용부두에서 11만4천t급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호가 출항 예정이었다. 인천을 떠나 중국 상하이(上海)와 일본 가고시마를 거쳐 13일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이탈리아 코스타 크루즈 소속의 이 배는 인천을 모항으로 처음 출항할 크루즈선이었다. 그러나 출항을 하루 앞두고 국내 모객업체인 투어컴크루즈(여행사)는 IPA 측에 ‘운영을 취소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IPA 측은 "최근 인천 모항 크루즈선 출항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세계적으로 크루즈시장이 성장세인 만큼 인천 모항 크루즈 상품 유치를 위해 글로벌 선사, 지자체, 관계 기관들과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27일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2030’을 발표했다. 해수부는 여기에 정부 예산 1조5천억 원과 지자체 예산 6천억 원을 투입하고, 민자 6조9천억 원을 조성하는 등 총 9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입장이다. 이 계획의 핵심 중 하나가 인천남항 골든 하버 조성이다. 남항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 건설사업(추정사업비 986억 원)도 중기로 계획했다. 22만t급 대형 크루즈 부두 2선석(15만t급 1개 선석 포함) 전용터미널과 한중 카페리 거점인 7개 선석 및 터미널을 2019년까지 짓겠다는 방침이다.

▲ 골든하버 조감도.
# 골든 하버, 인천 크루즈 전초기지 될까

IPA는 2012년 8월 송도 9공구인 남항에 새 국제여객터미널 부두 건설에 착공했다. 올해 인천남항에 들어오기로 예약한 크루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24항차였다. 하지만 올해 IPA 예측치는 44항차, 9만여 명 수준에 머물렀다. 부두와 연결되는 도로 등 기반시설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통관 절차를 밟을 터미널도 아직 없다. 크루즈의 평균 접안 시간은 11.6시간으로 기본 12시간을 넘기지 않아 5만t급 크루즈를 기준으로 IPA가 벌어들이는 접안료는 179만 원이다. IPA가 실익 없이 크루즈 유치에만 ‘열’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분석에서도 인천남항은 B/C 비율이 0.64로 기준치인 1을 넘지 못했다. 다만 남항에 들어설 골든 하버를 인근 송도 공시지가(2006년 기준 163만 원/㎡) 수준으로 매각할 경우 B/C 비율은 2.2로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성이 부족한 남항 건설을 위해 골든 하버를 조성한 셈이다.

골든 하버 건설은 여객 수 등 증가를 전제로 했다. 여기에 내항 재개발을 비롯한 인천항 전체 기능 재배치와 맞물려 있다. 당초 남항에 2011년까지 10개 선석을 개발하기로 하고 이에 걸맞은 국제여객터미널을 건설하기로 했다. 새 여객부두와 터미널을 건설하더라도 기존 여객부두와 터미널 시설의 활용 방안을 관계 기관과 충분한 합의를 거칠 것을 제안했다.

당초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이용객은 2015년 108만1천 명에서 114만6천 명으로 예측했다. 실제 이용객은 81만3천409명이었다. IPA는 골든 하버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카페리를 이용하는 중국 관광객이 2020년 160만 명, 2030년에는 2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카페리는 100% 인천~중국 여객선 항로로 1만2천304t급∼2만9천554t급 선박이 16∼25시간을 운항한다. 항로 추가가 있지 않을 경우 이용객 수의 급격한 증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 골든 하버 개발사업, 국제소송 등에 발목 잡히나

난항은 이 뿐만 아니다. 지난해 8월 IPA와 투자협정을 체결한 미국의 부동산개발회사인 비즈포스트사가 골든 하버 프로젝트를 두고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과 함께 국제소송을 걸겠다는 뜻을 전했다. 비즈포스트사 측은 IPA가 기존 투자협정을 무시한 채 국제경쟁입찰 공모를 추진할 경우 명백한 계약 위반이며 국제 관행을 무시한 처사로 보고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비즈포스트 코리아는 2015년 IPA와 맺은 골든 하버 부지에 대한 투자 개발과 관련한 양해각서는 국가 정책사업에 따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이며, 그동안 투자 의향을 밝힌 외투기업들도 이를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즈포스트사는 2015년 9월 IPA와 MOU를 체결하고 중국 아이고(AIGO) 그룹으로부터 10억 달러, 중국 청도해성건설과 싱가포르 위즈덤 파트너스사에서 각각 1억 달러와 한화 150억 원, 아랍에미리트 알만한 그룹에서 50억 달러 등 모두 71억1천315만 달러(한화 8조1천억 원) 규모의 투자의향서(LOI)를 받은 것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 2019년 정식 개장을 앞두고 임시 개장한 인천항 남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 전용 부두.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IPA 측은 비즈포스트사 측과의 MOU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에 불과하다며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 때문에 이미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자의향서가 오가면서 개발 호재에 따른 기대감에 부동산시장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실제 사업 부지 인근 송도국제도시 6·8공구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골든 하버는 그 자체로 아파트 분양업자의 광고 수단이 되기도 했다.

앞서 IPA는 2011년에도 이곳 사업 부지에 들어설 국제여객터미널을 민자 사업으로 추진했다. 당시에도 돌연 사업자가 사업을 포기해 IPA는 전체 사업비 5천805억 원 중 1천400억 원을 국고 지원받아 직접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터미널 준공 시점도 내년 말에서 2019년으로 2년여 늦어졌고, 골든 하버의 1단계 완료 시점도 2020년으로 연기됐다.

골든 하버 프로젝트는 송도 새 국제여객터미널(기존 국제1·2여객터미널 통합) 부두의 배후부지를 짓는 대규모 투자유치 사업이다. 지난해 3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구단위 계획을 승인했다. 골든 하버 대상 부지는 총면적 113만8천823㎡로 이 중 42만8천823㎡(37.7%)는 상업시설용지로 지정됐다. 건폐율 70%에 용적률 최대 500% 이하로 최고 250m 높이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최근까지 사업자 13곳이 투자의향서 등을 IPA에 접수했다. 이 중 외국 기업이 4∼5곳이다.

골든 하버는 크루즈나 카페리 등을 타고 인천항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쇼핑, 레저, 휴양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복합관광단지다.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환승객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들도 대상이다. 호텔, 콘도미니엄, 리조텔, 복합쇼핑몰, 워터파크, 마린센터, 컨벤션 등도 들어선다. 골든 하버 개발사업의 성공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 인천항 골든 하버 프로젝트 추진 현황
 ▶2006년 8월 : KDI 인천남항 국제여객부두 방파 호안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보고
 ▶2011년 : IPA, 마스터플랜 수립 및 시장 여건 반영 최종 개발 콘셉트 확정(정부 재정 지원)
 ▶2012년 8월 : IPA, 송도 새 국제여객터미널 부두 건설 착공(민자사업 추진 무산)
 ▶2014년 12월 : 국내 기업 대상 투자유치 사업설명회 개최, 주민설명회 무산
 ▶2015년 3월 : 항만법 이어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변경 승인 최종 확정
 ▶2015년 4월 : 해수부, 산업통상자원부, 시, 인천경제청, 인천해양수산청 등 유관기관 설명회
 ▶2015년 9월 : IPA-비즈포스트코리아, 1조1천억 원 상당 투자 관련 사업 시행 합의
 ▶2016년 3월 : 인천경제청, 골든 하버 지구단위계획 승인
 ▶2016년 8월 : IPA, 골든 하버 투자자 국제 공모 추진 발표
 ▶2016년 12월 : 해수부, 인천항 종합발전계획 2030(인천남항 포함) 발표
 ▶2017년 상반기 : IPA,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공고 예정

# 한신규 IPA 투자유치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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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만공사(IPA)는 여러 우려에도 ‘골든 하버 프로젝트’ 사업 성공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신규 IPA 투자유치팀장은 "전 세계 4분의 1 인구가 골든 하버를 복합문화테마파크로 이용할 것"이라며 "인천국제공항에서 30분 만에 골든 하버로 연결돼 항만·공항을 이용하는 관광객 유치의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골든 하버 사업을 맡아 보겠다고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한 곳 대부분이 상장사이기 때문에 실명을 거론하기 어렵지만 상업시설 개발 등 다양한 사업 이력을 갖춘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며 "호텔, 유통, 콘도, 오피스텔 등 사업 희망자들이 어떤 프로그램으로 고객들의 수요에 대응하는지 등 개발 능력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PA는 2030년이 되면 통합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로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항으로 들어오는 환승객을 포함한 관광객까지 합치면 골든 하버 이용자 수는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 팀장은 "골든 하버는 기반 자체가 국제여객터미널을 지원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철회나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며 투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은 국내외 경제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외국계 자본은 특히 환율에 민감하고 미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움직임, 연준 금리 인상 등 투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런 부분을 예의 주시하면서 대응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팀장은 골든 하버가 복합문화단지 성격을 띤 주변의 다른 곳과 중복 개발되지 않도록 새로운 아이디어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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