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통하는 공항과 항만을 갖춘 인천을 대한민국 관문도시라 일컫는다. 이에 걸맞게 관광자원도 무궁무진하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168개의 보물섬, ‘지붕 없는 박물관’ 강화도가 대표적이다. 중구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개항장 등 근대문화유산은 가치를 따지기 힘들 정도다. 차이나타운과 송도·청라국제도시 등 시대를 넘나드는 관광자원도 다양하다. 하지만 국내외 관광객들은 인천을 외면한다. 관광을 목적으로 인천은 머무는 도시가 아닌 타 지역으로 가기 위해 스치는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관광객을 사로잡을 킬러 콘텐츠 부족과 미흡한 홍보가 가져온 결과다.

본보는 관광객의 발을 붙잡을 수 있는 킬러 콘텐츠 발굴과 국제회의 유치 등 마이스(MICE)산업 육성, 그리고 인천 관광의 신성장 동력이라 할 수 있는 크루즈와 공항 환승관광까지 인천이 준비해야 할 다양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4회에 걸쳐서 살펴본다. <편집자 주>

# 항공·항만도시 인천, 관광객 유입은 충분해

우리나라 항공 역사상 최초로 지난해 연간 항공여객이 1억 명을 돌파했다. 1948년 국내 민간 항공기가 첫 취항한 이후 68년 만이다. 국제선 여객도 내국인 여행수요 및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7천만 명을 달성해 역대 최고 실적을 갱신했다. 국제선 여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단연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공항은 2014년 4천460만 명, 2015년 4천840만 명, 2016년 5천670만 명으로 매년 여객 실적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대한민국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1천700만 명을 넘어섰다. 2012년 처음으로 외래 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연 이후 불과 4년 만에 1.5배 이상 성장했다. 여기에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관광객 수가 감소했으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0%p 증가해 한국 관광의 부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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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전경. 사진=기호일보 DB
크루즈 관광은 200만 명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인천을 비롯해 부산·제주 등 주요 기항지에 입항한 크루즈 관광객 숫자는 195만 명을 넘어섰다. 2005년부터 정기적으로 크루즈가 국내에 기항한 이후 2014년 가장 많은 105만 명이 입항한 데 이어 2년 만인 2016년에는 거의 두 배 가까운 관광객이 입항했다.

인천항은 제주항이나 부산항에 비해 아직 크루즈 관광객 수는 적지만 계속 수요가 늘고 있어 고무적이다. 2016년 제주항 120만 명(507회 입항), 부산항 57만 명(209회), 인천항 17만 명(62회)이 각각 입항했다. 2015년 인천항에 9만 명(53회)이 입항한 것과 비교하면 인천은 관광객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인천공항은 올해 3단계 건설사업을 준공한다. 이후 공항 확장사업은 계속된다. 인천항은 국제여객부두와 터미널 건설이 추진됨에 따라 인천의 공항과 항만 인프라 경쟁력이 향상돼 관광객 유입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 인천으로 들어오지만 관광은 딴 곳에서

공항과 항만을 통해 인천으로 들어오는 관광객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인천에 머무르며 관광을 즐기는 관광객은 한 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를 보면 한국 여행 때 인천을 찾는 외래 관광객은 전체의 6.8%(2015년)뿐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린 2014년에도 5%에 불과했을 정도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관광객은 서울을 찾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체의 70~80%에 이르는 관광객들이 서울을 방문했다.

서울을 찾는 외래 관광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한국 여행 중 주요 방문지 10곳 모두 서울에 집중됐다. 서울을 찾은 관광객은 주로 쇼핑 위주의 방문지를 골랐다. 이들은 2015년 한 해 동안 명동(77.1%)을 가장 많이 찾았고 동대문시장(60.3%), 고궁(44.3%), 남산·N서울타워(40.7%), 신촌·홍대 주변(29.1%), 남대문시장(29%), 박물관·기념관(26.7%), 인사동(25.8%), 잠실·롯데월드(23.4%), 강남역(23.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한국을 방문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외래 관광객의 70%가 ‘쇼핑’ 때문에 한국 여행을 선택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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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을 찾은 크루즈관광객들.사진=기호일보 DB
반면 인천을 방문한 관광객은 주로 공항 주변과 개항장을 찾았다. 이들은 2015년 한 해 동안 영종도·공항 주변·인천대교(41.7%)를 가장 많이 찾았고 월미도·차이나타운·개항장·연안부두(40.5%), 송도(24.1%), 석모도·연등선원 등 강화(5.9%), 인천시내(4.1%), 해수욕장 등 옹진(4%), 무의도(3.5%), 소래포구(3.4%), 부평구(0.9%), 인천대(0.3%) 등이 뒤를 이었다.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는 매년 실시한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후 출국하는 만 15세 이상 외래 관광객 1만2천900명(매월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인천·제주·김포·김해 등 4개 국제공항과 인천·부산 등 2개 국제항에서 면접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 킬러 콘텐츠를 찾아라

서울에 비해 쇼핑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인천은 ‘쇼핑’이 아닌 다른 분야에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킬러 콘텐츠 개발이 필수적이다. ‘○○을 생각하면 인천이 떠오르고, 인천을 생각하면 ○○이 떠오르는’식의 킬러 콘텐츠 말이다. 특히 인천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도깨비’와 함께 거센 한류 열풍을 몰고 왔던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 등의 화제성에 기대 촬영지를 활용한 지역의 관광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홍보하고 있다. 이 같은 방송 콘텐츠 연계와 함께 인천만의 독자적이고 매력적인 공간을 구축해 관광객이 다시 찾을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천만의 매력적인 공간인 ‘핫스폿(Hot Spot)’ 후보지로는 도시의 예스러움을 간직한 중구 개항장 일대, 고조선부터 고려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와 전통문화를 간직한 강화, 첨단 미래도시를 꿈꾸는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등이 있다.

최인호 청운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인천이 갖고 있는 역사와 문화 콘텐츠는 이미 충분히 발굴됐고 이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시점"이라며 "예전에 인천은 회색빛 도시, 우울한 도시로 비춰졌는데 최근 들어 영화나 드라마에서 인간적인 도시, 매력 있는 도시로 소개되고 있어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인천은 더 늦기 전에 타 도시가 갖고 있지 않은 해양도시로서의 매력을 충분히 살릴 필요가 있다"며 "인천 전 지역에 퍼져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해양도시 인천’이라는 하나의 콘셉트로 묶어 인천만의 관광 스타일로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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