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인천시 옹진군 자월도 큰말해변에 모래가 쓸려나가면서 자갈과 바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월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13일 인천시 옹진군 자월도 큰말해변에 모래가 쓸려나가면서 자갈과 바위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자월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모래 값으로 통하는 저주의 서막은 2004년에 시작됐다. 당시 인천 앞바다 바닷모래는 수도권 건설·건축 현장 모래사용량의 80% 정도를 담당했다. 인천 앞바다의 모래 채취 문제는 인천항에서 가까워 물류비가 적게 드는 옹진군 선갑도와 덕적도 인근 해역에 몰렸다는 점이다. 1984년 시작된 옹진 앞바다 바닷모래 채취량은 2004년까지 무려 2억3천만㎥에 달했다. 연평균 1천150만㎥로 지금(660만㎥)보다 두 배 가까이 이르렀다.

노태우 정권의 200만 가구를 시작으로 정점을 모르고 솟구친 수도권 내 주택 건설 붐 탓이었다. 한강과 임진강을 타고, 해주 등지에서 쓸려 내려와 쌓이던 옹진 앞바다의 모래언덕(사구)이 서서히 줄어들었다.

한국골재협회 인천지부의 의뢰를 받은 인하대 서해연안환경연구센터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은 공동보고서 ‘인천 앞바다(경기만 일대) 해사 부존량 현황’을 내놓았다. ‘옹진군 선갑도 인근 선갑지적에서 이뤄지는 바닷모래 채취를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들 조사기관은 자월과 덕적 인근 해역의 모래 부존량은 19억8천948만㎥이지만 수심과 환경 훼손을 감안할 때 실제 채취 가능한 양은 25% 수준인 5억6천378만㎥로 추정했다. 많게는 연간 2천300만㎥의 바닷모래를 캔 점을 고려한다면 24년 이후에는 이곳 해역에서 모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추론도 내렸다. 모래 채취 앞뒤로 옹진군 앞바다의 어획량이 37∼85% 정도 감소했다는 연구 논문도 나왔다.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들고 일어섰다. 모래 채취로 해수욕장에 자갈이 드러나는 등 황폐화로 관광객이 찾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자월·덕적 주민들은 경제적 피해 보상과 해양생태계, 자연경관 훼손에 대한 피해 복구 소송을 준비했다. 환경단체들도 환경영향평가를 들이대며 해사 채취를 반대했다. 채취량이 50만㎥ 이상이거나 채취 면적이 25만㎡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해사업체 17곳 중 10곳이 환경영향평가 없이 바닷모래를 캤다며 옹진군수를 고발했다.

바닷모래는 채취와 중단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옹진군의회 의장이 해사 채취를 재개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업체의 부탁을 받고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옹진군은 결국 휴식년제를 도입하고 2005년과 2006년 2년 동안 바닷모래 채취를 중단했다.

2007년 옹진 앞바다 바닷모래 채취는 재개의 기지개를 켰다. 옹진군의 재정난에 맞닿아 있는 필연의 선택이었다.

해사 채취를 중단하기 전 옹진군은 연간 150억 원에 이르는 공유수면 점·사용료를 올렸다. 군은 바닷모래 채취 중단에 따른 수입원 차단으로 부두와 관광시설 확충 등 주민 숙원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계획량의 4분의 1 수준인 99만㎥를 허가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사업체들도 악화되는 수도권 모래 파동을 막아야 하다며 다시 모래 채취 재개를 거들었다.

옹진군은 바닷모래 채취허가권을 업체들에게 다시 내줬다. 그 배경에는 해사업체와 자월·덕적 주민들과의 합의가 있었다. ‘바닷모래 점·사용료의 10%를 주민복지기금으로 내놓는다.’ 자월·덕적을 각박한 섬으로 만든 모래 값, 바로 그것이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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