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옹진군 자월·덕적 섬에는 매년 수십억 원대의 돈이 떨어진다.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주변서 바닷모래를 캐는 업체들이 내는 모래 값, 주민복지기금이다.

말이 복지기금이지, 실은 물고기 산란장과 해수욕장 모래 유실 등 환경 훼손의 대가다. 환경과 맞바꾼 모래 값에 자월·덕적 섬이 좀먹고 있다.

배려와 포용의 자리에 탐욕과 내침이 들어찼다. 분배를 둘러싼 잘잘못의 따짐은 불신을 넘어 이웃 간 법적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공동체가 무너진 살벌한 동네. 하지만 치유를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없다. 모래 채취 허가권자인 옹진군조차 시치미를 떼고 있다. 갈등의 탓은 온전히 주민 몫이다. 본보는 쩐(錢)의 저주, 모래 값이 불러온 폐해를 짚어 보고 그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 인천시 옹진군 자월도와 덕적도 인근 해상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해사업체들이 섬 주민들을 위해 내고 있는 주민복지기금의 관리와 운영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항 해사부두.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인천시 옹진군 자월도와 덕적도 인근 해상에서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해사업체들이 섬 주민들을 위해 내고 있는 주민복지기금의 관리와 운영을 둘러싸고 주민들 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항 해사부두.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아주 골치가 아파요. 지금 같아선 차라리 바닷모래를 캐지도 말고. 주민복지기금도 없애는 편이 나아요."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발전위원회 인원석(62)위원장은 주민복지기금(모래 값)에 넌더리를 낸다.

인 위원장은 기금을 관리하는 발전위원회의 전 집행부 측으로부터 2015년 10월 모래 값 관련 업무를 넘겨받았다. 전 집행부 4년 동안 모래 값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됐는지 자료가 없다 보니 하나하나 근거 자료를 찾아 새로 장부를 정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위 사실이 적발됐다.

 90세 이상 노인 5명에게 모래 값으로 1인당 250만 원씩을 지급했던 것이었다. 자식들과 한 집에 같이 살고 있는 이 노인들은 수급대상자도 아니었다.

알고 보니 전 위원장이자 이장이 동네에서 인심을 사려고 새 규정을 만들어 90세 이상 중에서도 일부 노인들에게 모래 값(1인당 500만 원)의 절반을 떼어 줬던 것이었다. 인 위원장은 돈을 갚겠다는 1명을 뺀 4명의 노인에게 ‘돈을 도로 토해 내라’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관련 기사 3면>

모래 값은 자월면도 할퀴었다. 집을 소유한 주민들과 그렇지 못한 세입자 주민이 갈려 ‘으르렁’대고 있다. 덕적면발전위원회가 종전 수급 대상이었던 집 없는 주민들을 뺀 것이다. 주소를 옮긴 뒤 10여 년을 현지에서 생활하는 계약직 공무원도 역시 중간에 수급대상자에서 제외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입자와 계약직 공무원 등 20여 명은 무주택 주민 가운데 모래 값을 탄 사람들이 있다며 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가 취하했다. 집도 없는 ‘뜨내기’들이 소송 등으로 동네 분위기를 망가뜨린다는 음해성 소문과 집단 따돌림이 취하의 배경이었다. 모래 값이 자월·덕적 주민의 복지가 아니라 불행의 싹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주민복지기금’이라는 이름의 모래 값은 덕적·굴업 지적서 바닷모래를 캐는 14개 업체에서 나온다. 바닷모래 ㎥당 공유수면 점·사용료(2016년 기준 3천402원)의 10%에다가 채취 허가량만큼 곱한 금액이다. 지난해까지 모래 값은 전체 182억 원(연평균 16억 원)이다. 인구가 많은 덕적면이 60%, 자월면이 나머지 40%를 갖는다. 이 돈을 관리하는 발전위원회는 2~3년에 한 번씩 가구당 400만~600만 원씩을 지급한다.

지급 규정이 오락가락하는 탓에 섬 안에서 분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체들에게 바닷모래 채취 허가를 내주는 옹진군은 모래 값 갈등만큼은 애써 모른 체한다. 기금 관리와 운영은 주민들이 전부 알아서 한다는 이유에서다. 군은 최근 자월면 종합운동장 터와 진입로를 4억8천만 원에 사들였다. 여기에는 모래 값 3억 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운동장 터의 소유권자는 몽땅 군이었다. 일부 주민들은 모래 값만큼 땅 지분을 주든지 3억 원을 돌려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hi21@kihoilbo.co.kr

이승훈 기자 hun@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키워드

#모래 값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