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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3만 원을 받아서 은혜를 갚은 부산의 형사와 피의자의 이야기가 사랑으로 번지고 있다. 청년들이 사회에 나가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하는 2월, 날도 춥고 마음도 추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온전한 사랑이 번지기를 소망한다.

 졸업은 기쁘기도, 설렘도, 두려움도 상존한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내 선택의 결과가 아닌 사회의 선택으로 취업과 미취업으로 방향이 나뉜다.

 작년 12월 부산에서는 형사가 절도피의자에게 3만 원을 건네준 따뜻한 사랑이 있었다. 형사가 건넨 밥값 3만 원은 돈이 아니라 사랑이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 왜 그런지는 이야기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가 서로를 미워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됐기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밥도둑이 되었을까? 피의자 김모 씨는 생활고에 찌들어서 수시로 자살을 생각하고, 삶은 피폐하고 절망적이었다고 한다. 절도죄로 복역도 하고 2016년 10월 출소해서 수중에 돈이 떨어지자 하루에 한 끼도 못 먹은 적이 많았다고…. 그래서 부산 사하구의 한 경로당에 들어가 몰래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한다. 한데 다른 밥도둑과 달리 피의자는 설거지와 경로당 청소까지 해놓고 새벽에 경로당을 빠져 나오길 반복했었다고. 그러다 종국에는 꼬리가 밟히면서 경찰에 연행됐고 그러는 과정에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경찰서 조사과정 중 박모 경위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지를까봐 걱정이 됐고, 밥값이라도 하라고 주머니의 3만 원을 피의자에게 건넸다. 작지만 작은 성의(경찰 공무원의 3만 원은 누구의 얼마보다 훨씬 더 클 수 있다)로 피의자의 자존심을 다치지 않게, 수차례 거절하는 피의자에게 "지금 자존심을 세우는 거가? 그럼 빌려주는 거니깐 돈 벌어서 갚으면 되잖아." 이것이 이야기의 골자다. 기적은 한달 뒤에 일어난다. 피의자는 매일 새벽 3시부터 낮 12시까지 청과물 가게에서 일하면서 받은 일당을 경찰서에 찾아와 되갚게 되고, 형사는 너무 행복한 3만 원의 몇 곱절 사랑을 받았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담 중의 하나가 된 것이다.

 미담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지만, 미담의 확산 효과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청량제이다. 삭막하다고 해도 아직도 이 같은 미담의 주인공이 있고, 그들이 우리의 이웃이기에 행복한 게 아닐까? 다만 그러한 이웃이 점점, 빠르게 줄어 든다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 했다. 지금은 서로 자기 주장만, 자기 입으로만, 자기만 알아주기를 원하다 보니 사랑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부산 3만 원의 밥값은 사랑이었지 돈이 아닌데, 사랑을 만들기 위해, 선뜻 내준 박봉의 경찰관, 밥도둑을 하면서 청소와 설거지까지 한 피의자, 도둑을 수차례 맞고도 선처를 호소한 경로당 어르신 들, 그리고 어려울 때 찾아오라고 따뜻한 말까지 건넨 어르신들…. 3박자, 4박자가 만들어낸 사랑의 이야기가 거기서 그치기보다는 동네마다, 지역마다, 대한민국에서 확산됐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깊은 반성과 다시는 농단(壟斷)같은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국민 모두가 반성의 시간을 가질 때이다. 큰 어른이 없는 것도 우리의 반성과제이고, 서로가 잘났다고 남들만 깎아 내리는 정치인도 반성하고, 대학입학을 장난처럼 엉망으로 만든 교육자도, 교수도 반성하고 앞만 보고 나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반성할 때이다. 그래서 새롭게 정리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지, 반성도 없고 서로 일방적 자기주장만 한다면 2차, 3차의 계속된 농단으로 이어질 것이다. 내가 살아갈 대한민국, 내 자손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이라면 다 같이 반성하고 사랑, 3만 원의 은혜가 널리 퍼지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 나보다 남을 조금만 배려한다면 사랑, 3만 원의 은혜가 우리를 더 큰 사랑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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