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시대를 넘나드는 공간이 충분한 도시다. 선사시대부터 남북 분단의 현실까지 품고 있는 강화군은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살아 숨쉬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곳으로 유명하다. 제물포항이 개항되면서 서구 문물이 밀려 들어왔던 ‘중·동구’는 근대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미래 도시를 표방하는 송도국제도시는 고층 빌딩 스카이라인과 우리나라 최초의 해수공원을, 청라국제도시는 국내 최고 전망대가 될 시티타워를, 영종도는 국내 최초 복합리조트를 자랑하는 최첨단 도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168개 보물섬까지. 인천에는 수많은 관광자원이 곳곳에 널려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자원을 캐내서 가공하는 킬러 콘텐츠화 작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인천 하면 떠오르는, 인천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천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평범했던 골목에, 길에, 건물에, 공원에 스토리가 입혀지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지금은 누구나 한 번쯤 가고 싶은 도시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중이다.

# 인기 드라마를 통한 인천의 재조명

인천은 드라마 ‘도깨비’ 열풍으로 주목받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극 중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이 머물다간 곳은 꼭 둘러봐야 하는 명소가 됐다.

17-도깨비-엽서.jpg
송도 센트럴파크 한옥마을에서 바라본 야경. 최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더욱 주목받는 관광지로 떠올랐다. <사진=인천관광공사 제공>
특히 도깨비에는 인천의 구시가지 모습이 아름답게 담겨 ‘원도심의 재발견’이라고까지 불린다. 김신이 자주 책을 읽던 동구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한미서점과 아벨서점’, 은탁을 데려가려는 저승사자(이동욱)와 이를 막는 도깨비가 대결하던 ‘송현근린공원’, ‘자유공원’에 있는 휴지통, 불을 끄다가 도깨비를 소환한 은탁, 도깨비와 저승사자가 검의 효용 가치를 깨달았던 ‘제물포구락부’ 등 인천의 고즈넉한 옛 모습이 잘 담겨 있다. 옛스러운 풍경과 대도시로서의 풍광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송도 인천타워대로와 305m 높이의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 등이 그것이다.

이렇듯 원도심과 신도심의 매력을 둘 다 가진 인천은 최근 들어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송도석산에서, ‘태양의 후예’는 송도와 월미도, 신포동 등에서 촬영돼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지난해에는 7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드라마 ‘가화만사성’ 등 총 103편에 이르는 영화와 드라마가 인천에서 촬영됐다. 올해는 배우 정우성·곽도원 주연의 영화 ‘강철비’와 임시완·윤아 주연의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등이 촬영을 앞두고 있다.

# 영화·드라마 촬영지를 활용한 특화 관광상품 개발

이를 놓칠 세라 인천시와 인천관광공사는 활발하게 관광상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인천을 향한 높아진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별 특화 관광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강화는 ‘2018 올해의 관광도시’를 앞두고 에코·종교·안보관광에 집중한다. 강화갯벌과 나들길, 석모도 휴양림, 매화마름군락지 등을 활용한 에코투어와 성공회 강화성당, 온수리성당, 갑곶성지 등을 연계한 역사·종교투어, 강화대교와 통일전망대를 연결하는 DMZ 접경지역 안보투어를 시행한다.

17-한미서점.jpg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해진 동구 배다리 헌책방 골목 한미서점. <사진=인천관광공사 제공>
동인천과 부평 등 원도심은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를 관광콘텐츠로 적극 부각시키는 동시에 ‘8미9경(8味9景)’ 이벤트 등을 통해 인천 전역의 8가지 맛과 9가지 볼거리를 소개한다. ‘차이나타운∼아트플랫폼∼한국근대문학관∼신포시장’을 잇는 복합문화벨트를 조성해 역사와 문화 중심지로서의 개항장 존재감도 십분 발휘한다.

인천의 남북을 가로지르며 시민의 발이 된 인천도시철도 1·2호선 연계 상품도 만든다. 각 역사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주고 주변 관광지와 먹을거리 등을 알려 관광객들이 철도를 이용하면서 인천 각지를 쉽고 재미있게 둘러볼 수 있도록 한다.

영종은 복합리조트, 섬, 해양레포츠와 검진·힐링 등 의료서비스를 연계한 융·복합 프로그램 개발에 치중하고 168개 보물섬은 무의도 해상관광 탐방로, 사렴도 유원지, 연평해전 평화기원 등대 언덕 조성과 도서 특성화 시범마을 육성을 통해 섬 관광의 경쟁력을 키운다. 여기에 전통과 첨단이 조화를 이룬 송도는 관광산업의 신성장 동력인 마이스(MICE)산업에 역점을 둔다.

# 관광 활성화의 키(key), 마이스

마이스산업은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스는 기업회의(Meeting)와 인센티브 관광(Incentives),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다.

송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입지해 외국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국제기구가 대거 밀접해 있는 점, 컨벤션과 숙박시설 등의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점으로 국제회의와 기업회의 최적지로 꼽힌다.

17-송도-컨벤시아.jpg
송도 컨벤시아 전경.
송도컨벤시아는 2009년 개관 당시 301건이던 마이스 관련 국내외 행사가 2015년 메르스 사태에도 484건의 전시·회의를 개최해 61%의 증가율을 보였다. 여기에 송도컨벤시아 2단계 사업을 필두로 전시공간과 회의시설 확충, 숙박시설과 백화점 등 상업시설과 공연장·테마파크 등 문화·예술·관광시설을 집적화하는 작업을 통해 명실상부한 마이스 허브 도시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시와 관광공사는 협업체계를 구축해 올해 국제학술회의와 정부주관회의, 이벤트 등 총 110건의 마이스 행사를 유치할 방침이다. 2017 국제 뇌과학 심포지엄, 코리아 마이스 엑스포 2017, 국제 우디즘시티 콘퍼런스, 코리아 바이오플러스 인천 포럼, 2017 인천세계문자 포럼, 세계 환경성 돌연변이 발암원 학회 등 국제행사와 2017 코리아 뷰티&코스메틱 박람회, 2017 제1회 인천국제기계전시회, 2017 대한민국 목재산업박람회(우드페어)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와 함께 중국 유더 그룹의 기업회의도 올해 상반기께 열릴 계획이다. 기업회의에는 1만2천 명이 참석할 예정으로 지난해 3월 말 중국 아오란 그룹의 6천 명 방인을 넘어선 전국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유더 그룹은 중국 최대 의료기기 업체다.

시는 올해 기업회의 관광객 유치 목표를 4만4천500명으로 세웠다. 대규모 관광객의 지속적인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관광과 기업회의·스포츠·뷰티·무용 등을 접목한 복합 마이스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기업 팸 투어와 현지 로드쇼, 전담여행사 방문 등 현지 출장 마케팅도 강화해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17-월미도.jpg
국내항공 단체관광 사상 최대 인원인 6천여 명의 중국 아오란 그룹 임직원들이 지난해 인천 월미도 문화의거리에서 ‘치맥파티’를 즐기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시의 중국 기업 대규모 기업회의 유치는 지난해 3월 말 인천을 찾은 중국 아오란 그룹이 스타트를 끊었다. 아오란 그룹 임직원 6천여 명은 인천의 대표 관광지 곳곳을 돌아봤고 송도컨벤시아에서 기업회의를 진행했다. 이처럼 국제회의와 기업회의, 전시와 인센티브 관광까지 흩어져 있는 개별 요소들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관광 메카 인천’이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고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일으키고 있다.

김재호 인하공전 관광경영과 교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또 국제회의나 기업회의 차 인천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들을 충족시킬 맞춤형 관광콘텐츠가 절실하다"며 "이제는 관광객들이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식의 관광보다는 현지인들의 일상과 소소한 행복을 함께 즐기는 도심 속 생활관광이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평범한 생활을 누리는 관광콘텐츠를 수집하고 홍보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현경 기자 cho@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