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이(覺說理)는 ‘깨달음을 전하는 말’이라는 불교용어이며 동냥도 ‘승려들의 탁발행위’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런데 조선 시대의 유학자들이 이를 거지들의 구걸행위로 의도적으로 낮춰 물리칠 각(却)을 써서 각설(却說)이라 부르고 동냥이라 한 것이다. 백과사전에는 탁발을 나가는 스님들이 동령(動鈴)을 들고 흔들기도 했는데, 그 동령에서 파생된 말이 동냥이라고 나와 있다. 또한, 옛날 선비가 세상이 어지러워 팔도를 유랑하면서 불렀던 노래로 각 고을의 행사, 대갓집 경사 등에서 불렀던 노래나 시 글귀 등을 말한다.

소설에서 ‘이야기를 전개하자면’이란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소설을 낭독할 때 한 단락이 전개되다가 ‘각설하고’ 하면서 다음으로 넘어가게 되며, 실제로도 각설이들이 구걸행위 중, 타령을 부르고 난 후 ‘각설하고’라는 말을 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고 동냥을 청했다 한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자신을 위해 또는 남을 위해 얼의 씨를 구하는 타령을 했고 대체로 이런 각설이타령을 하는 사람은 덕망이 높은 사람이나 고승들이 읊는 일종의 덕담이었다. 사람의 신체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얼굴로 얼굴의 어원은 얼 + 굴이며, 얼이 나가고 들어가는 굴인 것이다. 어떤 일을 당해 멍하니 있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 얼이 나갔어’라고 말을 하는데 이렇게 얼이 드나드는 굴이 7개나 있는 부분이 얼굴인데 이 각각의 얼이 제대로 박혀 있기를 칠성님께 기원하곤 했다.

각설이 타령은 얼씨구 저얼씨구가 들어간다로 시작하는데, 얼씨구는 자신의 얼+씨 구하는 율조이고, 저얼씨구는 저(상대방)+얼+씨 구하는 율조이다. 이렇게 우리의 얼씨구 타령을 해주는 분에게는 고마움의 표시로 밥이나 그 밖의 먹을 것을 대접하는 관례가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각설이 타령하는 사람은 밥이나 구걸하는 사람으로 잘못 인식이 돼 우리 전통의 얼 차리는 타령이 왜곡된 것이라 한다.

각설이란 단어의 뜻에서 보듯이 원래는 덕망 있는 사람과 고승이 이야기 해주는 덕담이 언젠가부터는 상대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말로 쓰여지고 있어 큰 아쉬움을 느끼며, 원래의 취지대로 사람에게 깨달움을 준다는 좋은 의미로 사용되길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