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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수달은 일본에 없다. 호랑이처럼 원래 없었던 건 아니다. 지독한 사냥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그보다 대부분의 강변을 인공으로 바꿨던 이유가 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일본에 강변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생기고 그런 공사가 일부에서 시도되지만 사라진 수달은 돌아오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몇 마리 도입할 수 있을 텐데, 수달이 편안한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지 도입한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자연에서 늘어나는 수달을 살펴보고자 작년 봄 일본 여러 지역에서 생태해설가모임 회원이 모여 시화호 일원을 방문한 적 있다. 야심한 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수달을 바라본 행운아들은 우리 자연을 한없이 부러워했는데, 가녀리게 남은 인천 갯벌을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대형 양판점의 해산물 매장처럼 바뀐 일본에서 소래포구의 떠들썩한 어시장을 가슴 설레며 지나간 일본인들이 다시 올 것을 다짐했는데, 북성포구를 돌아보았다면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인천의 문인들이 20여 년 전 "인천에 바다가 없다!"고 한탄하며 문집을 낸 적 있는데, 인천에 바다가 없는 건 아니다. 다만 접근할 수 없고,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갯벌이 매립돼 사라졌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지금 남은 갯벌은 20여 년 전보다 훨씬 좁다. 손바닥이 아니라 손가락만큼 남았다. 갯골을 바라볼 수 있는 갯벌은 북성포구가 유일한데, 해양수산청은 간신히 남은 그 갯벌마저 매립하겠다고 다짐하는 모양이다.

 북성포구 주변 시민들은 전부터 ‘똥바다’라 했다. 하수처리가 신통치 않아 여름이면 더러 냄새가 났어도 혐오스럽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바닷물이 하루 두 차례 들고나는 갯골이 있기에 악취의 원인은 대부분 제거될 수 있었고, 주민들은 포구로 들어오는 어선에서 내려놓는 해산물을 바로 구입할 수 있지 않은가. 포구 여건이 열악해지면서 들어오는 어선이 줄어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물을 펼쳐놓고 수선할 공간과 잡아온 해산물을 펼쳐놓고 판매할 공간이 태부족한 북성포구는 주차장은 물론이고 화장실조차 없다. 따라서 인천의 본 모습을 흥건히 느끼며 해산물을 구입하고 가끔 가설로 만든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을 즐기려 찾는 시민들은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찾는 이마다 불만이니 어선도 발길을 돌리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북성포구를 고집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해산물이 풍부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한 연안부도를 외면하고 주차 어려운 북성포구를 찾는 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말이면 밀려드는 차량으로 주민들 오도 가도 못하는 소래포구와 어떤 점이 달라서 북성포구를 고집하는 걸까? 개항 역사와 어우러지는 포구의 정취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곳이 북성포구다. 북성포구의 고즈넉함은 바다와 어우러지는 소래포구와 다른 멋이 있을 것이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항로 유지를 위해 퍼낸 준설토로 북성포구 북측 수로 7만1540㎡를 매립하고, 해당 지자체는 주상복합건물을 세울 계획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매립해 악취를 제거하고 화장실과 주차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홍보한다. 열악한 조건에서 장사하는 상인과 선주는 일단 환영하게 만들지만, 실체는 다르다. 큰돈 들어가는 매립과 개발은 영세 사업자의 기대와 거리가 멀다.

 소래포구의 번잡한 회센터 시설이 북성포구의 주상복합건물에 들어선다면 어떤 손님이 찾을까? 추억이나 경관보다 먹자판으로 북적이면 소박하게 좌판을 깔아놓는 기존 사업자도 살아남을까? 고액의 임대료를 부담할 수 있을까? 떠들썩하게 왔다 흐느적거리며 돌아가는 손님은 추억을 남기지 않는다. 회센터는 역사와 경관이 살아 있는 북성포구와 어울리지 않는다.

 노을과 어우러지는 갯골을 가진 북성포구는 일본은 물론 서울에 없다. 인천 이외의 세상에 없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명소이자 인천의 자존심이다. 주차장과 화장실과 악취를 해결하면서 지켜야 할 자산이다. 해양주권과 문화주권을 세우려는 마당에 인천의 역사를 매립해 천박한 돈벌이 건물을 세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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