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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기범 아나운서
지난 금요일에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습니다. 그 전날부터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가 돼 있던 터라, 금요일 새벽방송 진행을 위해 일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도로에는 눈이 꽤 많이 쌓여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습니다. 평소보다 30분 먼저 출발했지만 역시 도로 상황은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민 끝에 고속도로는 제설 상황이 좀 더 나을 듯싶어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출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막상 고속도로에 진입해보니 일반 도로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쉽사리 속도를 내기가 어려웠고 결국 평소보다 3배나 시간이 걸려 방송사에 도착했습니다. 마음 졸이며 출근한 것을 아는지 청취자들께서 다른 날보다 더 많은 문자와 신청곡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중에 기억나는 문자가 있습니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다른 사람들은 좀 늦어도 봐주지만 아나운서님을 비롯한 방송국 직원들은 지각이라도 하면 안 되니까 고충이 많으시겠어요. 오늘도 변함없이 6시가 되자마자 목소리 들을 수 있어서 참 기뻤습니다. 상쾌한 아침 패밀리 애청자 분들이 많이 많이 응원하고 있는 것 아시지요? 늘 좋은 방송 부탁드려요. 고맙습니다." 눈길을 운전하고 오느라 경직됐던 몸과 마음의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지게 만든 기분 좋은 활력 문자였습니다.

 사실 거의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는 이러한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생방송이 불가할 때를 대비해서 예비로 녹음방송을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그날 새벽에도 ‘녹음물을 내보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데 애청자들께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방송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제 방송 경력 중에 80% 정도를 아침 방송을 진행하다 보니 새벽 출근길에 폭설, 폭우, 태풍 오는 날이 제일 걱정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저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방송이 더 필요한 법입니다.

 경인방송 (FM 90.7 MHz)은 올해로 개국 20주년을 맞았습니다. 본 방송사의 방송본부장을 지낸 장우식 박사의 논문에 언급된 대로 경인방송은 갖은 풍파를 견뎌내며 인천에 본사를 둔 유일한 공중파 방송으로서의 사명을 감당해왔습니다. 그 결과로 작년에는 큰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표한 2015년 지상파 방송사업자 방송 평가에서 지역 민영방송사 1위를 기록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종교·교통방송을 제외한 전국 101개 라디오 채널 중에서도 MBC FM에 이어 2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지역민방 중 재난방송 수행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는 등 ‘내용 및 편성’ 부문에서도 220.57점을 받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권혁철 대표는 ‘방송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것은 인천, 경기도 지역사회를 위한 공적 기능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생의 목적은 끊임없는 전진이다. 밑에는 언덕이 있고, 냇물도 있고, 진흙도 있다. 걷기 평탄한 길만 있는 게 아니다. 먼 곳을 항해하는 배가 풍파를 만나지 않고 조용히만 갈 수는 없다. 풍파는 언제나 전진하는 자의 벗이다. 차라리 고난 속에 인생의 기쁨이 있다. 풍파 없는 항해, 얼마나 단조로운가! 고난이 심할수록 내 가슴은 뛴다." 경인방송의 20년은 인천의 방송 역사와도 궤를 같이합니다. 역경 속에서도 시민들을 위한 방송의 꽃은 계속해서 아름답게 필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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