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압수수색 각하한 김국현 부장판사, ‘청와대 행진’은 허용... “냉탕 온탕의 방향성은?”

박영수 특검팀이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처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법원이 각하하면서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무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16일 특검팀이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홍렬 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때 본안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을 종료시킴을 의미한다. 집행정지는 특정 행정처분이 집행되거나 효력이 발동하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을 때 그 처분의 효력 집행을 정지시켜 권리를 보존하게 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소송 당사자가 되기 위해서는 법인격을 갖고 있어야 하고, 법인이나 그 단체의 '기관'은 당사자가 될 수 없다"며 "국가기관은 항고소송 원고가 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국가기관인 특검팀이 또 다른 국가기관인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승낙하지 않음을 다투고자 하는 것은 국가기관 내부의 권한 행사에 관한 것"이라며 "기관소송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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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현 부장판사가 특검이 신청한 청와대 압수수색 신청 각하했다.

재판부는 다만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현행법상 기관소송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음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행정소송법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 또는 직무상 비밀과 관련된 물건 등의 압수수색에 대한 불승인과 관련해 기관소송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은 것을 기관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 이는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특검팀이 청와대가 승인하지 않아 압수수색을 할 수 없음은 형사소송법이 정한 압수수색 절차 등의 요건에 따른 것"이라며 "특검팀의 권한 행사에 직접적인 제한이나 제재가 없는 점 등에 비춰보면 특검팀에게 예외적으로 원고 자격이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해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다 하더라도, 압수수색이 승인된다는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은 것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승낙하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데 불과하다'며 "현재 행정소송법은 의무이행소송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법원이 청와대에게 압수수색을 승낙하라고 명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각하 결정이 내려지면서 김국현 부장판사의 프로필도 덩달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국현 부장판사는 1966년 경북 안동 생으로 서울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사법고시 34회, 사법연수원 24기를 수료했다. 1995년부터 판사로 임용돼 대전지법,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행정법원, 서울북부지법,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전지법 공주지원장, 수원지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부장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김국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19일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촛불집회 행진 경로를 제한한 경찰의 처분을 정지해달라"며 서울종로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했다.

당시 김국현 부장판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가 갖는 중요성, 집회 목적 및 장소가 갖는 의미, 많은 사람들의 참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우려, 시민들이 물리력 행사를 자제하고 평화롭게 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지혜, 현명함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기존 집회들은 모두 평화롭게 마무리됐다"며 "신청인 측의 평화집회 약속과 기존 집회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성숙한 시민의식과 질서의식 등에 비춰 이번 집회·시위도 평화적으로 진행되리라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국현 부장판사가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을 각하로 귀결하면서 특검팀은 최순실 게이트를 '끝장'내려는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법원은 각하 결정의 이유로 "형사절차에 입법미비로 생긴 문제를 행정소송으로 다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애초 청와대가 주장한 논리를 법원이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김국현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조석래(82) 전 효성그룹 회장이 "증여세 등 세금을 부과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세무서 48곳을 상대로 소송을 내 1심에서 800억 원대 세금 부과 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효성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A 씨 등은 자신의 명의로 주식에 관한 주식거래를 했다. 이들은 별도로 통장, 도장, 비밀번호 등을 보관·관리했고, 주식 매각 대금 중 일부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A씨 등이 일부 주식을 실제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모두 조석래 전 회장의 주식이라는 전제에서 이뤄진 증여세 부과처분에 대한 연대납세의무자 지정·통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김국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제자를 꽃에 비유해 성희롱 시를 보낸 교수의 정직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6월에는 뇌출혈로 쓰러진 현직 부장판사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같은 달 진폐증을 앓던 전직 광부가 폐렴으로 숨을 거두자 유족들이 낸 소송에서 산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는 등 다소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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