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지난 16일 수원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동안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던 화성 화옹지구가 바로 그곳이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국방부 발표 당일 간략한 입장과 함께 이전 과정에서 지킬 몇 가지 원칙만 언급했다.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도 도태호 제2부시장이 브리핑을 진행하고 염태영 수원시장은 보이지 않았다. 군공항 이전사업에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임하려는 수원시의 마음가짐이 드러났다.

 수원시는 그동안 국방부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군공항 이전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방부의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자칫 수원시가 섣불리 행동했다간 오히려 지자체 간 갈등으로 문제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군공항 이전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군공항 이전에 반대하는 화성시를 무엇보다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오랜 세월 미군 폭격장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는 화성시는 군공항 이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수원시는 최종적으로 주민투표를 거쳐 군공항 이전이 결정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화성시와 지역 주민들에게 반드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무리한 추진은 이웃 지자체이자 역사적으로 ‘정조’로 묶여있는 수원시와 화성시가 원수로 전락하는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수원시는 이러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화성시와 주민들에게 동의를 얻는 데 속도가 더뎌도 최대한 대화로 풀어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군공항 이전이 양 도시가 서로 떠안기 싫은 폭탄을 주고 받는 게 아닌 슬기로운 대안을 모색해 서로 윈윈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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