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의 장수 강유와 위나라 등애가 집요하게 싸울 때였다. 두 사람은 진법(陣法)으로 승부를 내자고 했다. 그때 강유가 말했다. "나는 제갈무후께서 가르쳐 주신 비법을 익힌 사람이다. 지금 등애가 내게 진법으로 겨루자고 하는데 이는 마치 ‘노반의 집 대문 앞에서 도끼를 휘두르는 것’과 다름이 없구나."

 노반이라고 하면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유명한 기술자 공수반(公輸班)을 말한다. 그는 자와 컴퍼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정확히 사각형과 원을 그렸다고 전해지며 중국 역사상 최고의 장인으로 꼽히면서 ‘기술자의 신(神)’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 노반의 문 앞에서 도끼를 휘두르며 뽐낸다는 건 시쳇말로 ‘공자님 앞에서 문자를 쓴다’거나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는 식이니 별로 대단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는데 전문가인 대가(大家) 앞에서 우쭐거림을 비웃는 의미이다.

 요즘 세상이 어수선한 가운데 무수한 논객들과 정치인들이 저마다 촛불 시위와 탄핵 반대 집회에 대해 비판하거나 해법, 자기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한마디로 반문농부, 딱 들어맞지 않는가.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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