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등 세계적인 언론 매체들은 메인 화면에 이 부회장의 구속 소식을 전하며 ‘한국식 정경유착의 극적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구속 자체가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의 재판 과정과 판결을 통해 결정날 것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특검은 구속이 안 될 경우 마치 전체 수사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영장 심사에 올인하는 듯한 정치적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뇌물이든 학점이든 특혜를 준 쪽만 구속되고 특혜를 받은 대통령과 정유라의 신상이 여전히 변함없다’는 점은 희극적이고 역설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어쨌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책상에 놓인 수사기간 연장(최대 30일) 신청서의 무게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미 특검은 이례적으로 수사 기한보다 12일이나 앞둔 시점에서 영장을 미리 신청한 상태다. 황 권한대행이 여론의 압박을 느낄 충분한 시간이 확보됐을 뿐 아니라 여차하면 ‘수사기간 자체를 50일 더 연장하는 특검법 개정안’마저 국회에서 처리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권한대행 측은 내심 특검 시한의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특검을 연장하는 게 도리에 맞다. 근본 원인을 제공한 책임이 박근혜 대통령 측에 있기 때문이다. "성실히 조사 받겠다"는 약속을 차버렸다. 특검과의 대면조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깨뜨렸다. 사태가 터진 이후에는 최순실과 차명폰으로 127차례나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렇듯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수사를 방해하며, 탄핵을 정쟁화하는 등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주역이 바로 대통령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 연장을 불허한다면 이는 곧 국정농단의 공범이 되겠다는 뜻이나 다름이 없다. 비록 특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미숙한 부분을 드러낸 것 또한 사실이지만, 연장 여부는 역사와 국민 앞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데 기여할 것인가, 이를 방해한 자로 남을 것인가’라는 단순 명료한 양자택일의 문제일 뿐이다. 이번 결정에 대통령과의 정치적 운명 또는 보수 측 대선 후보로서의 정치적 입지는 결코 고려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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